공한수 부산 서구청장이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갑작스럽게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아파트 건립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공 청장은 1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구덕운동장 재개발 구역 내에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며 기존 찬성 입장을 철회했다.
공 청장의 이번 입장 변화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최근 주민소환제 청구 움직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공 청장은 아파트 건립에 관련한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오히려 “재개발을 위해 아파트 건립을 포함한 대규모 사업비 마련이 필요하다”는 부산시 입장에 찬성해 왔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국·시비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건립을 통한 주택도시기금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부산시의 입장에 구청장으로서 원칙적으로 찬성한 것”이라며 “이는 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충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바뀐 입장을 설명했다.
이어 “찬성하는 것은 구덕운동장 재개발이지, 아파트 건립은 아니다”며 “부산시에서도 현재의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방식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정치적 생존을 위한 전략적 후퇴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구청장으로서 구민의 뜻을 무시한 채 정책을 추진하다가, 이제 와서 소환제를 피하려는 의도로 급히 입장을 변경한 것은 구정 운영의 일관성 부재와 책임 회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행보는 서구청장으로서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될 전망이다. 구민들은 공 구청장이 이끄는 서구청의 행정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됐으며,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의 향방 역시 더욱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난 13일 아파트 건립 찬성 입장을 밝힌 공 청장을 상대로 신청한 주민소환제를 계획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 관계자는 “부산시와 국토교통부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지 않고 입장문만 내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내일부터 시작되는 주민소환제는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