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 민간플랫폼 개방, 이 정도로 괜찮은가

입력 2024-08-19 10:54

2023년, 우리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해의 성적은 650억원 모금으로 초라했다. 실제 지난 1분기 모금액은 전년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 시행 2년 차 활성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올해 일본은 고향납세제도를 통해 1조엔 넘게 모금했다는 기사가 지난 5월부터 일본경제신문, 일본농업신문, 일본교도통신 등에서 보도됐다. 첫술에 배불러지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재정의 곤란함을 극복하고 지역소멸을 막아보자는 제도 도입의 취지에 비춰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원인이 있다. 바로 고향사랑기부제 이용자가 직접 경험하는 온라인 기부 환경이다. 일본은 지자체 자율로 40여 개의 민간플랫폼을 활용해 모금하고 있다.

우리는 ‘고향사랑e음’이라는 독점적 정보시스템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한다. 광주 동구, 전남 영암 등 몇몇 지자체가 민간플랫폼을 통해 모금 성공 사례를 만들기도 했지만, 정부는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금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자체도, 국회도, 대통령도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플랫폼 개방을 요구해왔다. 기부자가 찾지 않는 기부제도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행안부가 지난 7월 31일, ‘자주 쓰는 웹과 앱을 통해 고향사랑기부 가능해진다’ 보도자료를 통해 민간플랫폼 개방을 발표했다. 고향사랑e음은 정부가 운영하는 타 정보시스템과 유사한 문제점들이 많았다. 잦은 시스템 오류, 낮은 기부자 편의성 등으로 제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컸다.

지자체의 민간플랫폼 개방 요구가 이제야 이행되는 것에 아쉬움이 있지만,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이후 제도 활성화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는 데에는 분명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스러운 점도 상당하다. 행안부가 ‘디지털서비스 개방’을 통해 민간플랫폼의 진입을 허용해도 고향사랑e음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고향사랑e음에 오류가 발생하면 기부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정부24 온라인 민원서비스의 오류로 인해 모든 서류 발급이 중단됐고, 유사한 정보시스템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민간플랫폼 개방 이후 고향사랑e음 서버가 제대로 버틸지도 미지수다. 고향사랑e음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의 문제가 똑같이 반복될 수 있다.

아울러,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위탁과 관련한 지자체장의 재량권 문제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민간플랫폼도 자유롭게 모금하지만, 모금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선택도 지자체가 자율로 한다. 이러한 자율을 근간으로 다양한 민간의 전문성과 결합해 매년 최고액을 경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개선 제도에서 지자체는 여전히 행안부가 선정한 민간플랫폼을 통해서만 모금할 수 있다. 지자체장의 재량권이나 지자체의 자율에 관해서는 반쪽짜리 개선안인 셈이다.

끝으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 전문성 있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참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현재 ‘디지털서비스 개방’에 참여하는 기업은 금융권, 네이버나 카카오, 그리고 이들의 자회사와 통신사, 보험사 등 대기업이다. 행안부는 기부자 및 기부 한도액 확인 등과 관련해 고향사랑기부제 민간플랫폼 업체 선정 시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인증(ISMS-P) 획득 여부가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제도는 중견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기업이나 대형 병원 등이 주로 취득하는 인증이다. 이를 고향사랑기부제 민간플랫폼 업체 선정 기준으로 제시하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참여 제한의 우려가 있다.

지난 8월 6일, 정부는 고향사랑기부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향우회, 동창회 등에서의 홍보 허용, 모금 독려 문자 및 메일 발송 제한을 완화했다. 개인 기부 상한액도 2000만원으로 상향해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의 마지막 걸림돌은 지자체의 자율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야 지자체 자율의 모금과 집행으로 지방자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지방재정과 지방사무는 지자체가 알아서 하길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지자체에게 자율을 줘도 되는 부분까지 통제하려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가 가야 할 길은 아닐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당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