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의 일회용품 사용이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최초로 제정한 관련 조례 제정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광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광주시 등 공공기관에 대한 일회용품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표적 항목인 일회용컵 사용률이 70%웃돌만큼 압도적으로 높았다.
시 청사 출입 인원과 청사 1층 카페에서 점심시간(낮 12시~1시) 동안 사용한 음료 용기 비율을 점검해보니 일회용컵 사용이 대다수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조례 제정이 헛구호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하루 동안 청사 1층 카페 음료 주문 253건 중 184건 72.7%가 일회용컵으로 제공됐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일회용컵을 사용한 셈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다회용컵 이용 횟수는 64건 25.3%, 개인적으로 준비한 텀블러 이용은 5건 2%에 불과했다.
22~24일 3일간 청사 2개 출입구 입장 인원 1729명 중에서도 일회용컵을 들고 온 공무원 등은 258명으로 텀블러 사용자 35명보다 7.8배 많았다.
광주시는 2019년 전국 최초로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제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지난해 8월부터 공공기관 청사 안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도록 권고하는 조례를 별도로 시행 중이다.
광주시 일회용품 사용줄이기 조례 제6조는 공공기관 청사 내 또는 공공기관 주최 행사·회의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한 벌칙 규정을 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 자체 행사에서 종이컵과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관행도 여전하다는 여론이다.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들어진 일회용품이 생산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 등 유해물질을 만들어 기후위기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조례를 제정하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시청사와 공직사회부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이에 따라 일회용 대신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전용 살균 세척기 11대를 5개 기관에 추가 설치한다고 밝혔다.
살균 세척기 설치 장소는 시청과 광주시인재교육원, 역사민속박물관(마한유적체험관 포함), 광주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 광주소방학교다.
시는 앞서 시청 행복회의실 앞과 역사민속박물관 등에 컵 내장형 세척기 8대를 설치한 바 있다. 이로써 다회용컵 사용문화 확산을 위한 살균세척기는 19대로 늘었다.
시는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차원에서 청사 내 회의·행사에 다회용기 대여, 일회용품 없는 축제·행사 시범 운영, 시청 1층 친환경 무인카페 공간 조성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민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자원 낭비, 다회용컵 위생 관리 등 인식 개선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환경을 조성하고 홍보 캠페인, 교육 확대 등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공직사회 인식 변화와 탄소 중립을 위한 사소한 실천이 아쉽다”며 “공공기관 청사부터 일회용컵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일회용품 금지에 관한 세부조항을 만들어 다회용품 사용을 적극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