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라는 이름으로 SNS를 운영하며 반려견 치료비 명목으로 수억원대 후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주인이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갈 곳을 잃었던 반려견 경태(몰티즈)와 태희(시츄)의 근황이 전해졌다.
18일 동물단체 코리안독스에 따르면 심장 판막에 이상이 생겨 피가 역류하는 심장병을 앓고 있던 경태는 지난달 28일 심장 수술을 받았다. 현재 임시 보호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회복 중이다. 경태와 마찬가지로 심장병이 있던 태희는 안타깝게도 올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경태의 근황은 유튜브 채널 ‘가족이라면서요’를 통해서도 전해졌다. 지난 17일 공개된 ‘택배견 경태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임시 보호자와 생활 중인 경태가 심장병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게 되는 과정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경태는 평소 생활할 때도 기침이 잦은 모습을 보였다. 정밀검사 결과 심장 판막 이상으로 피 역류량이 많은 심각한 상태였다. 12~13세로 추정되는 경태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마취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경태는 기본 관리조차 안 돼 있었다고 한다. 임시 보호자는 “귀 내부가 매우 지저분했고 이는 치석이 가득 끼어 있었다. 유기견보다 못한 상태였다”며 “(전 주인이 받았던) 후원금은 다 어디로 갔나 싶었다”고 전했다.
경태는 최근 택배기사 차림을 한 이를 쫓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전 주인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임시 보호자는 “택배차가 왔다가 택배(기사) 옷을 입은 두 분이 나갔더니 경태가 쫓아갔다. 원래 경태가 누구를 쫓아가지 않는데,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코리안독스 측 관계자에 따르면 경태의 주인이었던 택배기사 김모씨와 여자친구 김모씨가 2022년 10월 구속되면서 경태와 태희는 빈집에 남겨졌다. 경태와 태희를 데리고 갔던 여자친구의 가족은 ‘아픈 아이들을 키울 자신이 없다’며 경태·태희를 보호소에 넘겼다고 한다.
경태는 택배기사 김씨와 함께 배달을 다니는 모습으로 2020년부터 온라인상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씨는 2013년 화단에 버려진 경태를 발견해 키우게 됐는데 경태가 분리불안 증세를 보여 2018년부터 트럭에 태우고 함께 배달을 다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태가 유명해지자 김씨와 그의 여자친구는 ‘택배견 경태’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했다. 김씨가 다니던 택배회사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와 여자친구가 2022년 3월부터 경태와 또 다른 반려견 태희의 병원비를 모금하면서 ‘후원금 먹튀’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김씨와 여자친구는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살게 됐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7년을 선고받았으나 같은 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과 3년으로 감형받았다. 이들은 강아지의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1만2808명에게 6억1000만원을 기부받아 빚을 갚거나 도박하는 데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