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의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김학균(52)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이 안세영(22·삼성생명)과의 불화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대한배드민턴협회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안세영 선수와의 불화에 대한 얘기도 많다’는 질문을 받고 “그거는 모르겠다. 저는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안세영이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협회와 대표팀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지만 감독과 선수 간의 개인적인 갈등은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김 감독은 안세영의 작심 발언이 나온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안세영이 협회와 법정 싸움을 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6일 파리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안세영의 옆을 그냥 지나쳐 눈길을 끌었다.
김 감독은 이날 1시간15분가량 조사에 응했다. 위원회는 이날 대표팀 내 부상 관리와 훈련 방식, 선후배 관행 등을 두루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 감독은 “(위원회에서) 질문하신 것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렸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김 감독은 오는 20~25일 열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일본오픈에는 동행하지 못하고, 그다음 주인 코리아오픈(27일~9월 1일)부터 대표팀을 지도할 예정이다. 안세영은 두 대회 모두 출전하지 않는다.
협회는 다음 회의 때 안세영과 직접 면담할 계획이다. 협회는 “안세영 선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차기 회의 때는 안세영 선수를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 처우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합리적인 방향의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영 “협회와 공방전 아닌 진솔한 대화 원해”
한편 작심 발언 이후 침묵을 지켜 온 안세영은 협회의 자체 진상조사가 시작된 이날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안세영은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의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한번 해보자’ ‘그게 안 되면 다른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자’라는 말로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주셨으면 한다”면서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에 나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를 향해선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꼭 귀 기울여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안세영이 협회에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 아니다. 안세영이 직접 쓴 A4 13장 분량의 건의서를 지난 2월 안세영의 부모가 협회 전무이사, 사무처장 등 5명을 만나 전달하고 설명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의서에는 성적에 걸맞지 않은 포상금을 비롯해 막내가 청소와 빨래까지 떠맡는 선수촌 내 잘못된 선후배 문화, 불합리한 각종 제도와 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담겼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