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스쿠니 신사 앞에 나타난 한 중국인이 위안부 문제, 난징대학살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해 이목을 모았다.
17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지난 15일 야스쿠니 신사 앞에 등장한 중국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게시돼 이날까지 58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공개한 일본인 이용자는 “야스쿠니 신사에 폐를 끼치는 일본인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영상을 보면 해당 중국인은 한 손에는 작은 스피커를, 다른 손에는 글씨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들고 야스쿠니 신사 앞에 섰다.
종이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라” “난징대학살을 인정하고 731부대에 책임을 물어라” 등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내용이 일본어로 쓰여 있다.
신사 참배를 온 일본인과 서로 고성을 지르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참배객이 “돌아가라”고 소리치자 이 남성은 “너희들은 배짱이 없다”고 맞섰다. 갈등이 격해지자 현장에 있던 경찰이 중재에 나섰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통한다.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근대 100여년간 일본이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
일본 정치인들은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일본의 국방 책임자인 기하라 방위상 등 일본 각료들이 신사 참배에 나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