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으로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첫 재판에서 가혹행위는 인정하지만 학대치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성래)는 16일 중대장 강모(27)씨와 부중대장 남모(25)씨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훈련방식 및 진행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가 아닌 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군기훈련 당시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발언이 공개됐다.
강씨는 훈련병들에게 ‘하나에 정신, 둘에 차리자’를 구호로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팔굽혀펴기 중 군장에서 물건들이 쏟아진 훈련병을 향해 “너는 군장 쌀 줄 모르냐, 너는 하루 종일 뛰어라”라며 뜀걸음을 반복시켰다.
남씨는 이를 감독하며 뜀걸음 반복 중 쓰러진 훈련병에게 “힘들어? 아니면 일어나. 나 곧 전역이다. 지금 군법에 따라 군기훈련을 하고 있다”며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강씨는 훈련병 중 한 명이 눈물을 보이자 “울지마, 나는 우는 거 싫어해”라며 군기훈련을 계속 이어갔다.
이런 공소사실에 강씨 측 변호인은 “군기훈련을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을 뿐 숨진 훈련병을 학대하려는 범의는 없었다”며 “학대의 고의가 없는 이상 학대 행위로 인해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강씨와 남씨 측이 훈련병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강씨 측은 “훈련병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잘못은 인정한다”면서 “강씨는 군장 상태에서 남씨가 군기훈련을 직접 통제해 실시하는 것으로만 알았고, 완전군장 상태로 실시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남씨 측 변호인은 “처음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 보행한 사실은 인정한다”며 “다만 명령권자인 중대장이 군기훈련을 집행하면서부터는 집행권한을 완전히 상실했다”면서 공모관계는 물론 군기훈련 행위 일부를 부인했다.
재판장은 피고인들이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한 가혹행위는 인정하면서도 박 훈련병의 사망과 관련한 학대의 고의가 없었다는 변론에는 모순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를 피고인들 측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두 번째 공판을 열고 숨진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피해 훈련병 5명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숨진 훈련병 유족 법률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피고인들의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에 대해 유족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법적 논리로 모든 책임을 빠져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