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매체 “인구위기 한국, 성장 안주… 중국에 배워야”

입력 2024-08-16 10:26 수정 2024-08-18 00:34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배경으로 뛰어오는 모습. 연합뉴스

저출생으로 인구 위기를 맞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매체를 통해 제기됐다.

호주 시드니대 중국학연구소 로렌 존스턴 부교수는 16일 닛케이(일본경제)신문 계열 영자매체 닛케이 아시아에 기고한 칼럼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며 “한국은 중국의 장기 인구 전략에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100년까지 한국 인구가 거의 절반인 약 2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유엔 인구보고서를 인용했다. 유엔은 이 보고서에서 한국 인구가 급격한 저출생으로 2200년 50만명, 2300년 5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스턴 교수는 “이런 상황은 장기 추세에 기인하지만 한국은 이제야 인구 전략과 계획을 위한 전담 부처를 마련하고 있다”며 “중국의 인구계획 노력을 보면 한국은 포괄적인 접근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십 년간의 경제적 성공과 오랜 안주가 인구 비상사태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칼럼에는 ‘서울, 오랜 안일함 끝에 인구 위기에 눈뜨다’라는 부제가 달렸다.

“한국, 일본 따라잡느라 중국 못 봤다”
그는 한국이 지난 세기 중반부터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출산율 감소를 겪었다는 사실을 지목했다. 유엔 세계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6명에 달했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 연령 동안 평균적으로 낳는 자녀 수다. 현재 합계출산율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0.66인 마카오뿐이다.

존스턴 교수는 “한국의 경제 변혁은 주목할 만했다”며 “1950년대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가나의 약 50% 수준이었지만 올해 1인당 GDP는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기에 바빴던 동안 중국의 장기적 경제인구 전략을 눈여겨보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며 중국 인구정책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한국 일본과 달리 중국은 인구정책을 정책 결정 중심에 뒀다는 게 존스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마오쩌둥은 높은 출산율을 장려해 중국과 세계 경제를 변화시킬 노동인구 붐을 일으켰다”며 “1980년대부터 덩샤오핑은 그 인구를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한편으로는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다”고 정리했다.

덩샤오핑은 80년대부터 기초교육을 의무화하고 90년대에는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했다. 그 결과 마오 시대에 태어난 인구보다 더 생산적인 노동자를 양성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 이미 80년대에 ‘고령화 운명’ 예상
중국은 이미 80년대 인민대학교 인구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중국이 부유해지기 전에 고령화를 맞을 운명이라는 점을 이해했다고 한다.

존스턴 교수는 “중국은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저임금 노동력 붐을 최적화해 궁극적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산업화 과정을 이끌었다”며 “수십 년 동안 중국 지도자들은 2020년대부터 시작될 연금수급자 증가가 장기 발전 계획을 저해하지 않도록 적정한 연금과 의료 보장 약속을 통해 대비했다”고 부연했다.

중국은 노동력 중심이 양(노동자 규모)에서 질(생산성)로 원활하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합계출산율이 대체 출산율인 약 2.1에 도달해야 한다는 계산을 했다고 존스턴 교수는 설명했다. 대체 출산율은 인구가 줄지 않고 유지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이다.

존스턴 교수는 “비록 중국의 인구는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1980년대부터 정책 입안자들은 장기적 경제 발전 계획 내에서 인구 변동을 수용할 수 있는 모델을 채택했다”며 “이 계획에는 동남아나 아프리카 같은 ‘젊은’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활용하려는 국제 전략이 포함돼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중국의 인구계획자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한국은 인구 전담 부처가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지속 가능한 장기 경제인구 전환 전략과 이 장기적 의제를 담당할 부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