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녀 법정 견학 중 졸았다고 수갑 채운 판사

입력 2024-08-15 17:54 수정 2024-08-15 17:59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지방법원에서 법정 견학을 하던 16세 소녀가 '태도 불량'으로 수감복을 입고 수갑을 찬 모습. WXYZ-TV 방송 영상 캡처

미국에서 법원 견학 도중 졸았다고 판사가 10대 소녀에게 죄수복을 입히고 수갑까지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지역방송 WXYZ-TV는 디트로이트지방법원 케네스 킹 판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법정에서 견학 중인 16세 소녀가 졸자 수감복을 입히고 수갑을 채웠다고 15일 보도했다.

킹 판사는 “내 법정에서 한 번만 더 졸면 뒤로 보내겠다. 알겠느냐”고 말한 뒤 이 같은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법정에 있던 다른 아이들에게 그 소녀를 소년원에 보내야 할지 물으며 위협하기도 했다.

수갑을 차게 된 소녀를 비롯한 아이들은 비영리 환경단체 ‘디트로이트의 녹색화’가 주최한 방문 프로그램의 하나로 킹 판사의 법정을 참관 중이었다.

킹 판사는 WXYZ에 “그 아이에게 상황이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를 원했다”며 “비록 실제로 감옥에 보낼 가능성은 없었겠지만 당시 행동은 내 나름의 ‘스케어드 스트레이트(Scared Straight)’였다”고 해명했다. 스케어드 스트레이트는 뉴저지 10대 범죄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그는 “그 소녀의 태도와 전반적인 행동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며 “그 아이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주고, 법정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킹 판사는 “나는 이 아이들이 내 앞(법정)에 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의 녹색화’는 성명을 통해 “해당 소녀가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 마리사 에버솔우드 대표는 “판사는 존중에 대한 교훈을 주려고 했지만 그의 방법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며 “학생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면 그냥 그들을 법정에서 나가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디트로이트지법 2인자 알리야 사브리 판사는 사건 다음 날인 14일 성명을 통해 “해당 법정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 법원의 기준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를 최대한 성실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교 법학대학원 래리 두빈 교수는 AP통신에 “그 소녀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많았다”며 킹 판사의 방식을 비판했다.

킹 판사는 WXYZ에 “소녀의 부모와 이야기했고 멘토가 돼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