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둔화에 날개 꺾인 건설기계…해외 서비스 거점으로 재도약 노린다

입력 2024-08-15 06:05 수정 2024-11-04 15:08
HD현대건설기계의 제품 중 가장 크기가 큰 광산 채굴용 굴착기(125t) 모습. HD현대건설기계 제공

건설기계 산업이 수요 둔화 직격타를 맞고 올해 들어 실적 부진에 빠지자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나섰다. 건설 경기가 그나마 살아 있는 국가에 직접 서비스센터나 생산기지를 만드는 중이다. 현지 거점을 만들면 건설기계와 수리용 부품을 현지로 공급하기까지의 시일을 줄여 현지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14일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계 ‘빅3’로 불리는 HD현대건설기계와 두산밥캣,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 2분기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4%, 영업이익이 39.3% 각각 감소했다. 두산밥캣도 같은 기간 매출액은 16.3%, 영업이익은 48.7% 줄었고,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 15.7%, 영업이익 49.7%가 각각 감소했다.

건설기계 기업들은 경기 둔화에 흔들렸다. 건설기계 업계는 지난 2~3년 동안 호황을 누렸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으로 건설 경기를 끌어올리면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면서 미국 경기가 둔화했고 건설경기 기세 역시 한풀 꺾였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건설기계 기업들은 동시에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에 빠졌다.

업계는 그나마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건설경기는 건재하고 시장 성장성도 여전히 크다고 판단한다. 인프라 투자가 활발한 곳이라 건설기계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들 국가에 거점을 마련해 현지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생산시설 등을 현지에 구축하면 건설기계 수주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납품기일을 줄일 수 있어 현지 선호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HD현대건설기계는 최근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항구도시인 발릭파판에서 신규 서비스센터 착공식을 진행했다. 부품 물류창고와 서비스·트레이닝 센터 등을 발릭파판에 구축하고 지역 고객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수가 약 2억8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4위 규모의 내수 시장을 가진 국가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건설장비 시장 규모는 2023년부터 연평균 4.2%씩 성장할 전망이다. 풍부한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어 채굴용 초대형 굴착기 판매가 특히 활발하다.

HD현대건설기계는 또 중남미 대륙의 판로 확대를 위해 지난 상반기에 칠레와 멕시코에 지사를 신설하기도 했다. 칠레 산티아고 지사는 중남미 국가들의 광산·산림용 장비 시장의 대형고객을 공략할 예정이다. 멕시코시티 지사는 중미 카리브 지역 틈새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맡기로 했다.

두산밥캣도 인도 현지 굴착기 생산확대를 위해 지난 6월 인도 첸나이공장에 1만1300㎡(약 3400평) 규모의 미니 굴착기 생산동 증설하고 준공식을 진행했다. 두산밥캣은 오는 2028년 연간 장비 판매 목표를 약 8900대(2023년의 약 2배)로 잡았다. 중국 기업도 중국 내수 시장이 약해지면서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는 중이다. 세계 4위 중국기업인 시저우건설기계그룹(XCMG)은 사우디아라비아 담만에 리야드, 자다, 타북 지역에 이은 신규 서비스 거점을 지난 6월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길이라 건설기계 기업들의 해외 거점 구축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