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66% “내 삶은 불행”, 정신건강 울타리 어디에

입력 2024-08-14 17:15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음세대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10대 학생 3명 중 2명은 “삶이 불행하다”고 답했다. 기독교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교회에 다음세대 정신건강의 울타리 역할을 요청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발표한 ‘현대인의 정신 건강 및 정신과·상담센터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10대 응답자의 우울감·권태감 경향이 두드러졌다. “요즘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답한 10대 응답자만 10명 중 4명(40%). 10대 학생 4명 중 1명 이상(26%)은 “살아있는 것이나 죽는 것이나 그저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우울감·권태감 관련 모든 질문에서 10대는 여타 연령층에 견줘 가장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그래픽 참조). “미래가 막연하고 불확실하다”는 응답 역시 특히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는데 10대가 59.5%로 가장 높았다. 조사는 지난달 2일까지 일주일간 전국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제공

권진숙 감리교신학대(목회상담학) 교수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0대 학생들은 사춘기 시기 뇌 발달을 거치면서 정서와 정체성이 불안정한 상태”라며 “여기에 자아실현의 어려움을 겪는 10대 대다수가 삶의 의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입시 경쟁이 일상이 된 학생들에겐 ‘내가 누구인지’ ‘무엇이 성공인지’ 생각해 볼 시간이 많지 않다”며 “정체성을 형성하는 또래 관계에서도 공부를 잘하거나 외모·성격이 뛰어나지 않는 이상 존재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지역 교회들에 ‘마음 돌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는 “경쟁에서 벗어나 또래들과 공동선을 함께 고민하면서 건강한 자아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며 “지역 교회들이 다음세대 중심의 국내외 선교를 비롯해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한다면 10대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회장인 조영진 서울장신대(상담심리학) 교수는 교회와 심리센터의 연계를 강조했다. 조 교수는 “몸이 다친 자녀는 곧장 병원에 보내는데 마음이 아픈 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목회자들이 먼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