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의 부(副)역명에 CJ올리브영이 기재될 예정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된 서울교통공사 역명 병기 유상 판매 사업 입찰 결과 10억원에 성수역을 낙찰받았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사업은 지하철역 1㎞ 이내에 있는 기업이나 병원, 기관 등의 이름을 기존 역명에 나란히 적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2016년부터 이 사업을 시행해왔다.
성수역의 감정평가액은 2억9948만원이었는데, CJ올리브영은 3배가 넘는 금액을 써냈다. 역명 병기 기간은 오는 10월부터 3년간으로, 1회에 한해 계약 연장 가능하다.
CJ올리브영이 거액을 들여가며 입찰에 참가한 건 조만간 성수역 인근에 신규 매장이 개점하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성수역 인근 ‘팩토리얼 성수’ 건물에 올리브영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앞서 CJ올리브영은 해당 건물의 1~5층을 모두 임차한 적 있다. 이곳에 들어설 올리브영 점포는 기존 최대 규모였던 명동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CJ올리브영은 이번 낙찰로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수역은 최근 들어 젊은 층 사이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데, CJ올리브영의 메인 타깃은 2030과 외국인 관광객이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성수동 대형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입찰에 응모했다”며 “역명 등 구체적 운영 협의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성수역 유동인구가 서울에서도 특히 많은 편인데 이 정도 조건이면 광고료가 싼 편”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역명 병기 유상 판매 사업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사업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민 누구나 이용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공공성은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적자에 빠진 서울교통공사의 상황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하철은 공공재”라며 “민간 색채가 짙은 기업 이름 등을 역명에 포함하는 건 지양해야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