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일련의 일들에 대해 국민이 왜 걱정하고 비판하고 또 분노하는지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그것이 지금 대통령께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께 요청한다”면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해임도 요구했다.
우 의장은 13일 ‘제79주년 광복절에 즈음한 국회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등 최근의 논란들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내용이다. ‘성명’의 형태를 띠었지만 현직 대통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해석된다.
우 의장은 성명을 통해 “광복절을 앞두고 심각한 국론 분열과 갈등이 빚어졌다”며 “대통령께서 나서야 한다. 광복회와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들의 문제 제기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대다수 국민이 의아해한다.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홍범도 장군의 육사 흉상은 왜 철거한다는 것인지, 강제동원 배상과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문제는 왜 국민 눈높이와는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인지, 독립기념관장은 왜 관련 단체들의 간곡한 반대까지 물리치고 임명한 것인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광복절을 넘긴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우 의장은 “광복절을 갈등과 분열의 날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쪼개진 경축식으로 남겨서도 안 된다”며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께서 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 통합은 대통령의 책무이고, 그 책임을 가장 무겁게 짊어져야 하는 것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께 요청한다”면서 “피임명자(김형석 독립기념관장)가 자진사퇴를 거부한 만큼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또 “독립운동을 모독하고 나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건국절 추진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를 대표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책임 있게 이 혼란을 매듭짓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역사의 존중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면서 “이 원칙을 흔들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를 성찰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갈 수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