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이자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22·삼성생명)이 지난해 연봉과 상금 등으로 9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세계랭킹 10위권대인 외국 선수의 수익은 매년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적정한 수익 체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에 따르면 안세영은 지난 시즌 월드투어 8개 대회 우승과 파이널 4강 진출로 상금 62만8020달러(8억6151만원)를 받았다. 이는 남자 단식 세계 1위 빌토르 악셀센(덴마크)의 상금 64만5095달러(8억8494만원)에 이은 전체 2위다.
상금과 별개로 안세영의 연봉은 6100만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선수계약 관리 규정에 따라 입단 첫해 연봉 5000만원을 받았고 3년 차였던 지난해까지 매년 7%씩 인상된 연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세영은 2021년 1월 광주체고를 졸업하고 그해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연맹 규정에는 ‘입단 첫해 연봉 상한액은 고졸 선수가 5000만원, 대졸 선수가 6000만원이며 이후 3년 차까지 연간 7% 이상 올릴 수 없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상금과 연봉을 모두 합친 안세영의 지난해 총수입은 9억원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다른 나라의 랭킹 상위권 선수들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안세영이 지적한 대로 국내에서는 국가대표 선수의 개인 후원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해외는 이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이다. 세계랭킹 13위 푸살라 신두(인도)의 수입은 지난해 광고료와 스폰서십으로만 710만 달러(97억원)로 알려졌다. 안세영의 수입보다 약 10배나 많은 액수다.
다만 신두의 지난 시즌 BWF 투어 상금은 5만4015달러(7409만원)로 전체 99위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0억원에 가까운 수익 대부분이 광고료와 스폰서십을 통해 발생한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안세영 지적에…배드민턴연맹, 신인연봉·계약금 상한제 손보기로
앞서 안세영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의 개인 후원 및 실업 선수의 연봉·계약금 관련 규정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배드민턴계 일각에선 안세영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비인기 종목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드민턴협회는 공식 후원사로부터 받은 현금과 용품을 선수단 전체에 지원하는데 만약 개인을 상대로 후원이 가능해진다면 비인기 선수와 주니어 선수에 대한 지원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은 신인선수 계약금·연봉 상한제 완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연맹은 계약기간(대졸 5년, 고졸 7년)을 단축하고 계약금과 연봉 상한액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 내년에 시행할 방침이다. 연봉 인상률의 경우 숫자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과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