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해 천수만 양식장에서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지 열흘 만에 우럭 55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닷물 온도가 우럭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수온(28도)을 넘긴 탓이다.
12일 태안군 등에 따르면 97개 어가가 2300만 마리의 우럭을 양식하는 천수만에서는 전날까지 총 55만 마리가 폐사했다. 지난 2일 오후 2시 고수온 경보가 발령된 뒤 8일까지 16만 마리가 죽었는데 사흘 새 39만 마리가 더 폐사한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태안군 안면읍 대야도의 바닷물 온도는 표층 29.5도, 중층 29.3도로 측정됐다.
천수만에서 30년간 양식장을 운영해온 서재문 씨는 연합뉴스에 “28도 이상의 고수온이 열흘 넘게 이어진 것은 처음”이라면서 “고수온으로 큰 피해를 봤던 2016년에도 28.5도까지 올랐다가 사나흘 뒤 수온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서씨 양식장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죽은 우럭 3만 마리가 건져졌다.
태안군은 이런 상황이 일주일만 더 이어지면 전체 양식량의 70%에 해당하는 1600만 마리가 죽어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천수만에서는 2013년 499만9000마리(피해액 53억원)가, 2016년 377만1000마리(50억원)가 폐사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일 천수만 북부 해역 저층에서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 농도가 1ℓ당 1.99㎎에 불과해 어패류의 호흡을 어렵게 하는 ‘산소 부족 물 덩어리’(빈산소 수괴)도 관측됐다. 수산업계에서는 어패류가 정상 호흡할 수 있는 용존 산소 마지노선을 1ℓ당 3㎎으로 잡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