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나루토가 예배를”VS“진정한 예배 아냐”…가상 세계 속 VR예배, 어떻게 볼까

입력 2024-08-12 15:58 수정 2024-08-12 16:39
만화 캐릭터 나루토가 지난 5월 새들백교회 VR 예배에 참여해 찬양하고 있는 모습. parksuaaa 인스타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들백교회가 미 현지시간 11일 메타버스 가상공간 프로그램 ‘VR챗’에서 예배를 열었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이 예배는 가상현실을 뜻하는 VR 속 예배 공간에서 시작된다.

해당 VR 공간을 제작한 제작사 ‘더포탈서치’ 대표는 자신의 계정을 통해 새들백교회가 3개월 만에 최대 수용인원 80명을 달성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18만5000개의 좋아요와 36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중 “(만화 캐릭터) 나루토가 예수님을 만나게 돼 기쁘다”라는 댓글에 4만 개 이상 반응이 달렸다.

또 다른 댓글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예배를 경험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가상현실에서 드려지는 예배가 현실 교회가 품지 못하는 이들의 대안이 되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너스톤교회 메타버스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토마스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장병으로 거동이 어려워 기존 교회를 출석하지 못해 메타버스 교회를 참여하게 됐다”며 “이 공간은 삶의 목적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동시에 가상공간 예배에 의문을 가지는 의견도 존재한다. 11일 오전 11시(미 현지시간) ‘새들백교회 VR’ 현장을 참여해본 결과 이날 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10명뿐이었다. 예배 시작 때 15명이었던 참석 인원은 예배가 끝나갈 무렵 9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5월 최대 수용인원을 달성했던 폭발적 반응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코너스톤교회 가상현실 속 예배당 모습. 코너스톤 교회 유튜브 캡처

교회 헌금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푸쉬페이(Pushpay)가 올해 초 발표한 ‘교회 기술 현황 보고서 2024’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활용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응답한 교회는 지난해 비해 3%포인트 감소했다. 또한 “향후 1년 이내에 메타버스를 예배에 도입할 것”이라고 응답한 지도자 숫자는 32% 낮아졌다. 주종훈 총신대 예배학 교수는 “메타버스 교회가 축소하는 현상은 가상현실 속 예배가 실제 예배의 전인격적 체험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메타버스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독교인 관점에서 교육 도구로, 비기독교인 관점에서는 선교지로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 교회를 상호보완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주 교수 “메타버스가 실험적 측면에서 주목을 받게 됐지만 예배는 새로운 호기심보다는 지속적 영적 돌봄과 인격적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신앙교육 도구로써 VR은 긍정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나 기존 예배자들에게 현실 예배와 동일한 체험을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남성혁 장로회신대 선교학 교수는 “오프라인 교회와 온라인 교회는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는 것이며 제로섬 게임처럼 대비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메타버스 공간을 현실 공간과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선교지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전문 선교사를 양성하는 것과 같이 디지털시대에 문화에 적합한 디지털 복음전파자 ‘디제라티’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디제라티는 디지털 선구자라는 뜻으로 신학자 더글라스 에스티스가 그의 저서를 통해 ‘사도적 디제라티’를 언급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