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교회 목사 사임에 ‘교회분립’ 쏘아올린 원로목사의 해법

입력 2024-08-12 15:25 수정 2024-08-12 20:13
이동원 원로목사가 지난 11일 지구촌교회 광복절 예배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유튜브 '지구촌교회' 캡처

지난달 중순 지구촌교회 최성은 담임목사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 후 교회 안팎에서 여러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지구촌교회 설립자인 이동원 원로목사가 현 지구촌교회를 4개 교회(수지·분당·경기대·구리 채플) 로 분립 개척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기독교한국침례교회의 대표 교회로 꼽히는 지구촌교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맞닥뜨린 이번 사건을 지혜롭게 봉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목사는 최 목사의 사임 배경을 두고 유튜브 등 일각에서 제기된 ‘뒷배’ 논란을 일축하며 “(훗날) 제 장례식도 집례해달라고 미리 부탁할 정도로 아꼈고 최근 발간한 책도 최 목사에게 헌정한다고 썼다. 그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구촌교회 전경(왼쪽 분당 채플, 오른쪽 수지 채플).

이 원로목사는 지난 11일 지구촌교회에서 광복절을 기념한 주일예배에서 아 기념 예배에서 이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열왕기상 8장 1~11절을 본문으로 ‘솔로몬 성전과 언약궤’라는 제목으로 설교하기 전 최근 교회 안팎으로 쟁점이 된 의혹 등에 대해 10분 이상 할애해 말했다.

지난달 케냐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한 지구촌교회의 3대 사역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유튜브 '지구촌교회' 캡처

이 목사는 “은퇴 후 교회의 어떤 회의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 담임목사에게 설교 부탁을 받을 때만 왔었다”며 “이날 설교는 당초 이달에 연구하기로 예정된 최 목사의 부탁으로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사건을 두고 “우리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라고 담담히 말한 그는 최근 출범한 ‘새로운 30년을 위한 지구촌교회 미래위원회’에게 공개적·공식적으로 우리 교회 분립을 제안했다.

그는 “지구촌교회 분당채플 하나만 봐도 웬만한 대형교회 규모를 갖는다. 수지 채플도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분당과 수지 채플이 각각 교회로 분립할 때가 됐다고 믿는다. 몸집이 큰 (대형교회가) 건강한 것이 아니다. 적절하게 몸무게(규모)를 조정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게 건강한 교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가 은퇴한 뒤 최호준 전 경기대 총장의 요청으로 시작된 경기대 채플도 분립교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근처에 교육관이 준비되면 하나의 교회로 분립될 수 있으며 이것이 세워지면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 사역에만 전념하겠다는 향후 계획도 전했다.

대형교회식 성장을 자제하고 ‘교회가 교회를 낳는’ 분립 개척 사역은 교계에서도 ‘건강한 교회’ 모델로 꼽힌다. 설립 27주년을 맞은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는 그동안 분립 개척한 교회가 28곳이나 된다. 분립 개척에는 동참 교인(등록 교인)과 마중인(교회가 자립할 때까지 돕는 교인)의 헌신이 있다.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는 2022년 29개 교회를 분립하며 교계 안팎에 큰 울림과 도전을 줬으며 ‘작지만 건강한 교회’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이 목사는 지구촌교회의 분립 제안과 함께 새로운 사역의 담임목사 청빙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진행할 것을 권면했다. 이 목사는 이 과정에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모델을 참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제 친구이자 온누리교회 설립자인 고 하용조(1946~2011) 목사가 세상을 떠난 뒤 새로운 사역자를 청빙할 때 ‘땅끝까지’ 가지 않았고 온누리교회를 잘 알고 있는 부교역자 4명 중 찾았다”며 “지구촌교회를 거쳤거나 현재 섬기는 분 중 인품과 설교가 훌륭한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현재 겪는 시련이 미래를 위한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철저한 회개 기도를 하자고 권면했다. 최근 자신부터 날마다 회개기도 한다는 그는 “행여 이번 기회에 교회의 영향력을 잡으려고 하는 이들이 절대로 없어야 한다. 자기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지구촌교회' 캡처

한편 이 목사는 유튜브 사이버 레커(이슈 유튜버) 등으로부터 최 목사의 사임 배경으로 자신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는 “최 목사의 사임 소식 6일 전까지 여름철 감기에 걸렸음에도 강행해 최 목사의 ‘블레싱 케냐 사역’에 동행했다. 귀국 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황당하고 고통스럽게 들어야만 했다”며 “은퇴 후 진재혁 2대 담임목사, 최 목사가 사역할 때 단 한 번도 목회에 개입하거나 간섭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매일 아침 아내와 큐티할 때 최 목사를 기억하고 축복했다고도 덧붙였다. 또 “가장 최근에 발간한 책 ‘천로역정과 하나님 나라’의 첫 페이지에서도 사역 승계자인 최 목사에게 헌정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카톡으로 (최 목사에게) 오래오래 사역해서 (훗날) 제 장례식을 집례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며 “그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겠냐. 교회가 해임한 게 아니라 최 목사가 스스로 소명하고 사임한 것이 맞다면 우리는 모두 그분을 축복해서 보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