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순위 6위. 올림픽 2회 연속 입상을 꿈꿨던 한국 근대5종 간판 전웅태(29·광주광역시청)가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아쉽게 마쳤다. 경기 후 믹스트존을 찾은 그는 취재진의 “고생 많았다”는 한마디에 무너졌다. 안전망을 부여잡고 한참을 고개 숙여 흐느끼던 전웅태는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질문에 답하는 와중에도 그의 얼굴 위로 땀과 눈물이 한데 섞여 흘렀다.
전웅태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남자부 결승에서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526점으로 18명 중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함께 결선에 오른 서창완(27·국군체육부대)은 전웅태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한국 근대5종의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전웅태는 이번에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바라봤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근대5종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한 후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에서 꾸준히 정상에 서며 상승세를 타던 중이었다.
앞선 예선 역시 가뿐히 통과해 기대감이 올라 있었으나 이날은 강점이던 마지막 종목 레이저런에서 스텝이 꼬였다. 직전 종목 수영까지 합산 840점으로 3위를 유지하고도 사격에서 실수를 연발해 뒤처졌다.
첫 번째 사격에서 25.8초를 허비한 게 패인이 됐다. 전웅태는 “첫 번째 사격을 마치고 앞서가던 사토 선수한테 붙어서 이어가려 했는데, 두 번째 사격에서도 실수가 나오니까 마음이 급해졌다”며 “실수가 나와도 참고 이겨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계속 연달아서 반복한 게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하루에 다섯 종목을 뛰어야 하는 근대5종의 훈련 과정은 혹독하다 못해 말 그대로 하루하루가 고행길이다. 대표팀은 평소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15시간의 압도적인 훈련량을 소화했다. 회복과 부상 관리에 들일 시간조차 빠듯한 일상이었다.
흘린 땀이 많은 만큼 이날 결과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전웅태는 “메달 기대를 많이 했고 한국 관중들도 많이 와주셔서 기대에 부응하려 했는데 조금 욕심을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결선 무대를 함께한 서창완에 대해서는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경기를 마치고 ‘다 끝났다, 고생했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결선을 앞둔 여자부 후배들에겐 응원의 말을 남겼다. 전웅태는 “절대 욕심 부리지 말라”고 당부한 뒤 “우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 걸 알고 있으니까 충분히 자기 자신을 믿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베르사유=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