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세금 지원에 청라 주민 ‘부글’ 왜… 시 입장은

입력 2024-08-10 06:00 수정 2024-08-10 06:00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에 인천시 지원금이 지급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화재 보험 등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국가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함께 해당 지역 주민을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지역 내부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는 분위기다. 반면 다수의 주민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사회적 재난 상황에 긴급한 구제에 나서는 것이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반론도 있다. 시는 “재해구호법 시행령에 따른 조치”라며 “향후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서구는 지난 7일 시 재해구호기금 502억원을 활용해 전기차 화재 주민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재 피해 지원은 생활안전지원과 재난폭염특별지원금으로 나눠 지급된다. 생활안전지원은 가구별 주거비로 하루 8만원 이내, 급식비는 1인 1식 9000원 이내 실비로 지급된다. 단 임시대피소 이용자는 신청할 수 없다. 재난폭염특별지원금은 샤워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한 목욕비로 1인 1일 1만원이며, 주거비 지원대상자와 하나은행 연수원·한국은행연수원 등의 시설 이용자는 제외된다.

대상은 지난 1일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폭발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6개동 734가구 입주민이다. 지원금은 청소 시작 예정일인 오는 10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청라 지역 맘 카페에는 피해 입주민들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한 작성자는 “국가의 세금을 왜 아파트 화재 지원금으로 사용하느냐”며 “지원금을 얼마 받느냐 따질 게 아니라 세금을 지원금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잘못된 선례의 시작이 청라가 되다니 정말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전 제집에서 불이 나도 국가 세금으로 지원금 받을 생각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작성자도 “해당 아파트는 화재 보험이 없냐. 아파트 보험과 벤츠 쪽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작성자도 “해당 아파트의 일부 입주민 때문에 모든 입주민이 전국적으로 조롱당하고 있다”며 “이러다가 전국에서 우리 동네 자체가 욕심내는 이미지로 낙인찍힐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에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청라 주민들을 ‘청라 거지’ 등으로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 않나. 오히려 사회적 안전망으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이웃들은 당연히 세금이 쓰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것” “다 근거가 있고 규정이 있으니 지원금을 주는 것 아니겠느냐” 등의 반응도 있었다. 한 회원은 “피해 입주민들이 이런 글에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된다”며 이들이 지역 사회의 응원과 지지 속에서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회 재난도 재해보호법에 따라 응급구호 대상”이라며 “이번 화재도 응급구호 대상에 속하는 데다 피해 입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거비·급식비 등이 지급되는 것에 대해서는 “재해보호법 시행령 제8조에서 재해구호기금의 용도를 규정하고 있다”며 “제8조 1항 1호 및 3호에 따르면 이재민에게 임시주거시설과 급식 등을 제공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응급구호에 대한 비용을 선투자한 뒤 향후 원인자가 밝혀지면 비용을 청구(구상권)할 수 있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이 어떻게 규명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