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여자 투포환 경기에서 검은 복면을 쓰고 등장한 선수가 있다. ‘투포환 헐크’로 불리는 미국의 레이븐 손더스(28)다.
지난 8일(현지시간)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펼쳐진 여자 투포환 예선 경기에 출전한 손더스는 검은 복면과 주황색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관중의 이목을 끈 건 복면과 선글라스 뿐이 아니다. 그의 녹색, 보라색 머리와 길고 화려한 손톱까지 그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이날 경기에서 16.82m를 기록, 전체 7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어진 인터뷰에서 손더스는 “나는 완전한 상태다. 사람들에게 내가 누군지 상기시켜야 했다”며 “결승 때 입을 더 멋진 옷도 생각해뒀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 타임즈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손더스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썼을 때 경기 몰입도가 더 높아졌다는 그는 펜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손더스는 스스로를 마블 코믹스 캐릭터 중 하나인 ‘헐크’에 빗대기도 했다. 경기를 할 때 자신의 자아 중 하나인 헐크를 깨운다는 것이다.
그는 “브루스 배너 박사가 헐크를 통제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나 자신을 구분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헐크가 튀어나오게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야후 스포츠에 말했다. 그는 도쿄올림픽 때 헐크 마스크를 착용하고 결승에 출전해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손더스는 도쿄올림픽 시상대에 올랐을 때 양팔을 교차해 ‘X’ 모양의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손더스의 행동이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흑인 성 소수자인 손더스는 당시 “X자는 억압받는 모든 사람이 만나는 교차로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달 박탈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가 “손더스의 행동은 증오 표출이 아닌 표현의 자유”였다며 징계를 거부해 논란이 일단락됐다.
파리올림픽 여자 투포환던지기 결승 경기는 10일 열린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