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보다 오픈AI가 더 무서운 구글…“AI가 검색시장 장악 우려”

입력 2024-08-09 16:44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에게 규제 리스크보다 오픈AI의 검색시장 진출이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글이 불법적으로 검색 독점을 구축했다는 미 연방법원의 판결은 미 반독점 당국에 큰 승리를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업계에서는 오픈AI의 인기 챗봇 챗GPT 등 인공지능(AI)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이미 구글의 지배력이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검색 제품 개발 등에 참여해온 전 구글 엔지니어 아르빈드 자인은 로이터에 “AI가 검색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어 현재 구글에는 이번 판결보다 AI가 훨씬 큰 문제”라고 밝혔다. 자인은 이번 판결이 항소 등 절차로 인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AI의 영향은 즉각적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직 구글 임원은 “AI는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움직일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AI가 검색을 장악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든 독점은 끝이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검색의 대명사다. 전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한다. 이를 통한 매출은 연간 1750억 달러(약 241조 원)에 이른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는 애플조차도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 오픈AI는 검색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애플은 최근 향후 출시되는 기기에 챗GPT를 도입하기 위해 오픈AI와 제휴했다고 발표했다. 이 계약이 비독점적인 만큼 구글 등 다른 기업들과의 제휴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판결로 구글과의 검색 계약을 종료해야 한다면 애플은 AI 기반 검색서비스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픈AI는 지난달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AI 기반 검색엔진 서치GPT(SearchGPT)를 출시해 검색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와 월가에서는 구글이 AI를 선도하는 데 필요한 기본 자원인 거대언어모델(LLM)과 검색엔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다만 젊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오픈AI의 맹공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AI 검색엔진 스타트업 유닷컴 창업자 리처드 소처는 “이번 반독점 판결이 구글에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검색시장에 더 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할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글의 검색 지배력을 끝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