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우리나라 선수단에 13번째 금메달을 안긴 태권도 57㎏급 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이 “몸 풀 때 (몸상태가) 너무 좋아서 ‘오늘 일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에서 우승한 뒤 취재진을 만나 “삼겹살에 된장찌개 먹고 싶다. 맥주도”라며 웃었다. 그간 체중 관리에 따른 고충이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키 183㎝인 김유진은 몸무게 57㎏에 맞추기 위해 늘 감량에 신경써야 했다. 다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정공법’으로 체중을 뺏기에 몸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올림픽을 위해 미리 조절해야 했고, 먹고 싶은 거 계속 못 먹었다. 한 끼 한 끼 식단에 따라 먹으며 체중 조절에 성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운동을 좀 많이 ‘빡세게’ 하는 편이다. 그냥 운동을 빡세게 하면 체중이 빠지지 않나. 조금 먹으면서 관리했다”며 하루에 세 번, 두 시간 이상씩 ‘죽어라’ 훈련했다고 전했다. “한 번에 발차기 1만 번씩은 한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김유진은 “진짜 운동을 관두고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한탕, 한탕 나갈 때마다 정말 지옥길을 가는 것처럼 했다”면서 “정말 나 자신을 몰아붙이면서 혹독하게 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오늘은 과정을 돌아보면서 ‘내가 이까짓 거 못하겠어?’ 하는 생각을 했다. (훈련) 과정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너무나도 힘들게 준비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최대 고비는 세계랭킹 1위 뤄쭝스(중국)와의 준결승전 2라운드였다. 이렇다 할 유효타에 성공하지 못한 김유진은 큰 동작을 시도하다가 여러 차례 감점을 받아 2라운드를 1-7로 내줬다. 김유진은 “‘그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되겠다. 꼭 이겨야겠다’ 하면서 더 악착같이 발차기했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24위인 김유진은 “랭킹이 높다고 막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다. 랭킹은 아예 신경도 안 썼다”면서 “나 자신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를 키워준 할머니의 얼굴이었다고 한다. 김유진은 “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너무 고마워. 나 태권도 시켜줘서!”라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