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글라데시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하시나 총리가 해외로 도피하는 등 심각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에 시작된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는 점점 격렬해졌다. 지난달 중순에는 200여 명이 사망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하루 동안 100여 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국민일보와 7일 줌과 SNS로 인터뷰한 현지 선교사들은 방글라데시의 심각한 상황을 한국교회에 알리며 기도를 요청했다.
방글라데시 전역에는 현재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외출이 제한되고 있으며, 경찰들의 근무 거부로 인해 치안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주방글라데시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 현지인을 통해 안전을 확인한 후 이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혼란을 틈타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급진 세력들이 소수 기독교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교회를 상대로 약탈과 방화 등의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22년째 사역 중인 이민재(가명·62) 선교사는 “한 지역에서는 교회와 학교 사역이 통행금지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지 목사로부터 성도들이 일용직 일자리마저 잃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선교사는 “방글라데시의 정세 불안 속에서 소수 종교인들의 안전과 종교 자유를 위해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특히 방글라데시의 기독교인들이 보복이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 남북의 변방에서 사역 중인 최모세(가명·57) 선교사는 “지금 방글라데시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분위기”라며 “한국에 이 상황이 잘 알려져 방글라데시가 과거의 봉건적인 정치 형태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이고 평화로운 정부를 세워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선교사는 수도 다카 지역의 현지인 A 목사가 보낸 서신을 번역해 전했다. 서신에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시작됐다’는 내용과 함께 ‘현재 방글라데시 여러 지역에서 기독교 교회와 기독교인의 집에 대한 기물 파손, 약탈, 방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이어 그는 “한국과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이 방글라데시와 그곳의 교회를 위해 기도해달라”며, “겸손한 마음으로 창조주 하나님께 방글라데시의 모든 사람이 종교와 신앙에 관계없이 안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