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KDI는 8일 ‘2024년 8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 2.6%보다 0.1% 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KDI는 “기존 전망보다 수출 증가세는 확대되겠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DI는 “최근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거래액 전망치가 대폭 상향 조정됐다”며 반도체 경기 호조세를 바탕으로 수출 상황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이를 반영해 올해 총수출 증가율을 기존 5.6%에서 7.0%로 1.4% 포인트 높여 잡았다. 재화나 서비스를 외국과 사고팔면서 생기는 수지를 나타내는 경상수지도 기존 전망(703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된 77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지난 5월 전망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KDI는 올해 민간소비가 기존 전망(1.8%)보다 낮은 1.5% 증가하고 설비투자는 기존 전망(2.2%)보다 크게 줄어든 0.4% 증가할 것으로 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생각보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다”며 “한때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썼는데, 물가가 진정된 상황에서도 고금리를 계속 유지한다면 경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수 부진과 국제유가 하향 조정을 토대로 기존 전망(2.6%)보다 낮은 2.4%로 전망됐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파급 효과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이유에서 기존 전망(-1.4%)에 비해 감소 폭(-0.4%)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KDI는 국내 경제 회복세를 더욱 더디게 할 요인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확대와 중국·미국의 경기 급락 가능성을 꼽았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