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중동 위기, 방글라데시 총리 퇴진 시위, 미얀마 군부 사태…. 전 세계 곳곳이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카오스(혼돈)’ 시대로 들어섰다. 혼돈의 상황 속에서 현지 교회와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에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고 전쟁과 시위 등이 멈추며 하나님의 샬롬이 임하길 기도를 요청하고 있다.
중동 전면전 확대 우려 속 기도 사역은 이상 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의 확전 위기는 최근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하마스 수장들이 이란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된 사건에 이어 지난해 이스라엘 기습 작전을 기획한 야히야 신와르가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로 선출되자 이스라엘·하마스 전면전 양상이 주변국으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이 재발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현지 한인교회들은 전쟁의 위기를 막기 위한 기도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 유진상 이스라엘 선교사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다급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란 보복에 대한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높아 뉴스에서도 전쟁 보도가 연일 계속된다. 만나는 사람마다 전쟁 이야기를 한다”며 “하지만 구호 물품 준비나 외국인 철수 등 특이사항으로까진 이어지지 않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지 한인교회들은 매일 밤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기도하며 전쟁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다고 유 선교사는 전했다.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출국한 가족이나 학생들이 돌아오기 어려워진 조금 복잡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대부분 한인 성도들과 교회들은 본연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이 더는 확산하지 않고 분노의 시대에서 자라는 다음세대에게 복음이 올바로 전해지게 해달라고 기도 요청을 했다.
이스라엘 접경지 레바논에서도 위기 고조
중동 위기는 특히 이스라엘과 접경 지역을 맞는 헤즈볼라의 본거지 레바논에서도 감지된다. 한 달 전 레바논에서 일시 귀국한 김성국 선교사는 “레바논은 한국의 경기도만한 면적으로 산이 많은 지형을 갖고 있다 보니 18개 종파가 몰려 산다”며 “이스라엘과 접경 지역에 있는 남쪽 사람들이 북쪽으로 이주하고 있다. 일종의 난민 생활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비상시를 대비한 사재기 현상 등은 아직까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외국인이 느끼는 두려움은 현지인보다 더 커서 해외 선교사들의 경우 대부분 일시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정부 시위 격화와 총리 도피
반정부 시위 격화로 하시나 총리가 해외로 도피한 방글라데시에서는 약탈과 방화로 인한 혼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시작된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지난달 중순 200여명이 사망한 데 이어 지난 4일 하루 동안 100여명이 숨졌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외출 시간이 제한됐으며 경찰들이 근무를 거부하면서 치안이 극도로 악화했다.
방글라데시에서 22년째 사역 중인 이민재(가명) 선교사는 “한 지역에서는 교회와 학교 사역이 통행금지로 인해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혼란스러운 사태 속에서 경제활동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현지 성도들이 일용직 일자리마저 잃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방글라데시 남북의 변방에서 사역 중인 최모세(가명) 선교사는 수도 다카의 현지인 A목사의 서신을 전했다. 치안과 정세가 불안정한 틈을 타서 무슬림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기독교인 박해가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최 선교사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시민 항의 시위
베네수엘라는 지난 28일(현지시간)에 치러진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격동하고 있다.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 베네수엘라 지부장인 정원섭 선교사는 “선거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부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며 “한인비상대책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20명 이상이 사망했고 1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정 선교사는 나라를 회복시킬 새 정부가 들어서길 기도 중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가난 등으로 나라가 어려워서 많은 이들이 나라와 교회를 떠났고 이중엔 목회자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군부 압제 속 포기하지 않는 예배 사역
미얀마는 2021년 2월 시작된 군부 사태가 3년 이상이 되도록 수습되지 않고 있다. 쿠데타로 민선 정부를 전복하고 집권 중인 미얀마 군부는 최근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인구 조사 실시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비상사태를 또다시 6개월 연장했다.
강성원 선교사에 따르면 미얀마에서는 군부 압제뿐 아니라 치솟는 물가 상승과 실업률로 많은 사람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미얀마 상황을 알리지 못하도록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접속하지 못하게 차단한 예도 있다”며 “외국인에게는 더욱 비자 조건을 까다롭게 해 마치 이곳을 떠나길 바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도 현지 교회들은 예배드리기를 멈추지 않는다고 강 선교사는 전했다. 그는 “양곤 등 몇몇 지역에서는 군인과 경찰이 불시에 들이닥쳐 예배를 드리지 말라고 겁박하거나 예배당을 닫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며 “그럼에도 현지인들은 묵묵히 예배드리며 사역 중”이라고 했다.
김아영 조승현 김수연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