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차 안 산다”…트럼프 지지 머스크 때문

입력 2024-08-08 07:40 수정 2024-08-08 07:55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테슬라 구매를 중단한 대기업이 나왔다. 머스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공격하는 등 트럼프 측과의 결속을 강화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대형 약국 체인인 로스만은 전날 성명에서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사기’라고 반복해서 말해왔다”며 “머스크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숨기지 않고 있는데, 이는 전기차 생산을 통해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자 하는 테슬라 사명과 완전히 대조를 이룬다”고 밝혔다. 로스만은 그러면서 더는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로스만은 유럽 전역에 4700여 개 매장과 6만2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회사 차량 800대 중 테슬라는 34대뿐이지만, 회사는 매년 약 180대가량의 신차를 구매한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CNBC방송은 “로스만의 발표는 머스크의 정치적 입장이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직후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그는 ‘아메리카 팩’이라는 이름의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을 만들어 자금도 기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2일 머스크와 ‘중대한 인터뷰’를 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는 전날 X에 “카멀라는 문자 그대로 공산주의자”라며 “그녀는 단순히 기회균등이 아니라 결과 균등을 원한다”고 저격했다. 그는 지난달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은 토론에서 자신의 노망을 드러냈다. 나는 여성이자 유색인종이어서 다양성을 위해 대통령 후보로 뽑힌 것”이라고 말한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영상을 리트윗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SNS 플랫폼 엑스(X)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계정 여럿을 ‘스팸’으로 분류하며 차단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를 위한 백인 녀석들’(White Dudes for Harris)은 최근 일주일 동안 두 번 계정이 정지됐다. 단체 측은 지난주 온라인 모금행사를 진행해 400만 달러 이상을 모았지만, 행사 직후 해당 계정이 정지됐다며 “머스크의 X가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들의 정치적 발언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해리스를 위한 진보주의자’도 지난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을 초청한 온라인 집회 광고를 발표한 직후 계정이 스팸으로 분류돼 정지됐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 계정도 팔로우 오류가 발생했었다고 보도했다.

X 측은 해당 단체들에 “실수로 스팸 표시가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WP는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계정에만 제한 조치가 이뤄졌다”며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이후 플랫폼 편향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