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배 속의 아기와 함께 뛴 임신부 선수들이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 30일 이집트 펜싱 국가대표 나다 하페즈가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이 임신 7개월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하페즈는 이번 대회 펜싱 사브르에 출전했으며 16강에서 우리나라 전하영에게 져 탈락했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SNS에 “경기장에 두 명의 선수가 올라간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3명이었다”며 “나와 상대 선수, 그리고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내 작은 아기가 함께했다”는 글을 올렸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에 나온 그는 “삶과 운동의 균형을 맞춰야 했고, 많은 상황과 싸워야 했다”면서도 “하지만 올림픽은 그런 상황을 겪고도 출전할 가치가 있는 무대”라고 임신 중에도 올림픽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달 초에는 양궁 종목에서도 ‘예비 엄마 궁사’가 등장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얄라굴 라마자노바는 하페즈와 비슷한 임신 6개월반의 몸으로 출전했다. 그는 개인전 32강에서 중국의 안치쉬안을 상대했는데 연장 슛오프까지 치러야 했다.
슛오프에서 10점을 쏴 승리한 라마자노바는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배 안의 아기가 발로 차면서 지금 쏘라고 신호를 준 것 같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양궁 미국 대표로 출전한 캐시 커폴드는 라마자노바의 사례를 가리켜 “매우 멋있는 일”이라며 “나중에 아이에게 ‘엄마가 올림픽에 나갔을 때 너도 함께였단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부러워했다.
과거 올림픽에서 임신한 몸으로 나와 금메달까지 따낸 사례도 있었다. 2012년 런던 대회 비치발리볼 케리 월시 제닝스(미국)였다. 2004년부터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그는 2012년 대회에는 임신 5주째라는 사실을 모르고 출전해 우승했다. 제닝스는 올림픽이 끝난 뒤 미국 TV 방송에 나와 임신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