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전국 초중고교 기독교사들은 신앙 가진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게 가장 힘든 과제라고 밝혔다. 또 서이초등학교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교권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거시적인 정책보다 교육 주체들 간 신뢰와 협력을 회복하는 게 교육 현장을 살리는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7일 국민일보는 충청남도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열린 ‘2024 기독교사대회’에 참가한 교사 20여 명에게 교육 현장의 실태와 교사들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교사들은 현장에서 정체성을 지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소명을 받고 교육현장에 발을 내딛었는데 여러가지 제약들로 시험에 드는 일이 많다고 했다. 한성준 인천관교중학교 교사는 “기독교사가 과연 어떤 정체성으로 살아야 하느냐라는 근본적인 고민에 직면했다”며 “신앙적 관점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섬기려고 했는데 되레 부당한 대우 등을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정체성이 크게 흔들린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넘었지만 교권 회복은 요원하다고 답했다. 학부모 등과의 거리감은 심화됐고 현실을 도외시한 교육부의 탁상공론적 행정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석 부산남항초등학교 교사는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등과의 불신의 벽이 높아서 교권에 안 좋은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교육부에선 민원 상담실이 100% 완비돼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94%에 달하는 교사들은 그런 것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교육부의 개선책은 행정체계상에서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현 교육체계에서 시급한 개선과제는 거시적 정책보다 교육 현장에서의 신뢰와 협력 회복이었다. 현승호 제주북초등학교 교사는 “정책이나 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입시 일변도와 불신 등에 따른 정서적 담을 허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교육 주체 간에 대화가 단절되고 게토화되고 있다.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교육 공동체가 올바로 세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부나 각 단위 학교의 리더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빚는 부분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서 부천일신초등학교 교사는 “아동학대에 대한 정확한 개념규정과 무고죄 인정 등을 통해 불합리한 교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으로 폭력성이 심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심리적 상담이나 치료 등은 소수 학생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며 “광범위한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교사들이 매우 어려워하는 교육 중 하나였다. 특히 교육 현장에까지 밀려오는 성혁명 물결로 인해 신앙적 가치관에 입각한 성교육을 하는 게 힘든 형편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과거엔 성교육 방향성이 분명했지만 현재는 상당히 모호해졌다”며 “올바른 성윤리를 가르쳤더니 일부 학부모나 시민단체에게 인권 침해 및 차별로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심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천안=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