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좀 묶어주세요’ 88만 울린 뇌성마비 청년의 일상

입력 2024-08-07 15:59 수정 2024-08-07 16:40
사회실험에 출연한 정준형씨 모습. 지나던 행인이 그의 신발 끈을 묶어주고 있다. 유튜브 원더맨 캡처


말이 어눌하고 넘어질 듯 걷는 한 남성이 길가에서 행인을 붙잡고 무언가 말을 건다. 많은 이들이 갈 길이 바쁜 듯 그냥 지나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발 끈 좀 묶어달라”는 남성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걸음을 멈춘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돕는 시민 반응을 담은 이 영상은 지난해 9월 유튜브 채널 ‘원더맨’에 처음 올라왔고,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 퍼지고 있다.

영상 속 주인공은 뇌성마비 청년인 정준형(26)씨다. 88만 재생수를 기록하는 등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장면에는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씨는 7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아직 많은 이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 직접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촬영하며 장애인을 돕는 따뜻한 손길을 느꼈다.

사회실험에 출연한 정준형씨 모습. 지나던 행인이 그의 신발 끈을 묶어주고 있다. 유튜브 원더맨 캡처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계셨지만 상처받지 않았어요. 저를 잘 모르시거나, 아직 장애에 대해 어색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일 수도 있거든요. 망설이는 분, 도와줄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 사이에서 저를 보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해서 더운 날 기꺼이 시간을 내주신 분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남성은 신발 끈을 묶는 정씨를 보자마자 먼저 다가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그를 도왔고, 다른 여성은 씨가 건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 “제가 잘 못 알아들어서 죄송하다”며 그를 챙겼다.

사회실험에 출연한 정준형씨 모습. 지나던 행인과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원더맨 캡처


그는 장애인을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에 대한 질문에 “특별할 게 없다”고 답했다.

정씨는 장애 인식 개선 등을 위해 인스타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 나이대 청년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좋은 곳을 다니는 평범한 일상이 담겨있다. 그는 “저희 같은 장애인도 평범한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시민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준형씨의 인스타그램. 성경 구절이 적힌 그의 SNS엔 평범한 20대의 일상이 담겨 있다. 유튜브 원더맨 캡처


크리스천이기도 한 그의 인스타그램엔 스바냐 3장 17절 중 일부인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라는 구절이 영문으로 적혀있다. 결점과 실수를 넘어선 조건 없는 사랑이 표현돼 있다. 정씨는 “하나님이 우리를 크게 기뻐하실 것을 믿는다”며 “우리가 어딜 가든 무얼 하든 우리를 끝까지 보고 계신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