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49만7000여명으로 10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인구가 5177만5000여명인 걸 고려하면 노인은 전체 18%를 웃도는 셈입니다. 반면 0~14세까지 인구는 562만여명으로 전체 1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대비 4.1%가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번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우리나라가 빠르게 나이 들고 있다는 걸 수치로 보여줬습니다. 인구 변화는 사회의 변화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과 커플의 데이트 명소로 꼽히는 에버랜드도 실버 고객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다채로운 정원과 산책로를 조성하고 가족 단위 연간 회원권 판매에 나섰다고 합니다.
사실 교회의 고령화는 사회의 변화보다 빨랐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노년 교인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죠.
지난달 31일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등이 발표한 ‘고령 교인의 신앙과 시니어 목회에 대한 조사 결과 및 대안 발표회’에서도 이런 현실이 잘 나타났습니다.
고령 교인들은 주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고령 나이대 교인과 교제나 소그룹 활동을 원한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죠.
김진양 목회데이터연구소 부대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지적인 부분이나 영적, 육체적 측면에서 굉장히 건강한데도 사회적 은퇴 시점이 되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대안을 교회 안에서도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해 ‘지역사회 맞춤형 노인목회’를 하는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서울 덕수교회(김만준 목사)는 70세 이상 교인을 대상으로 한 ‘노년부’를 교회학교에 편성했고 지역사회 노년을 위한 ‘만나학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인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교사교육 법인과 중증 질환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케어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년을 위한 맞춤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다음세대 양육까지 해야 하는 교회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영·유아·유치부부터 대학·청년부 등을 위한 목회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10~20년 후 교회의 장래가 어둡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세대에 집중하기엔 교회의 역량이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30·40대 교인이 줄면서 다음세대까지 동반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의 한 교회는 2010년 초반까지 7개의 교회학교가 있었지만 현재는 3개로 통합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회학교 학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죠. 아예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도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들어 전국 단위의 연합 성경학교가 큰 인기를 끄는 것도 자체적으로 성경학교를 운영할 수 없는 교회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사역하는 A 부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어떻게든 교회학교를 살려보기 위해 연합성경학교에 참석하지만 교회로 돌아온 뒤에는 ‘왜 우리는 저렇게 못 하냐’ 등등 절망감에 빠져 더욱 열정을 잃는 경우가 있다”면서 “다음세대가 활력을 얻기엔 교회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서울의 또 다른 중형교회 B목사도 “어르신 교인들이 많다 보니 목회 방향이 기존의 심방 등을 중심으로 한 고전적 방법에 집중하게 된다”면서 “교회에서도 다음세대 양육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때때로 ‘우리는 뭐냐’며 섭섭해하시는 어르신들도 가볍게 볼 수 없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지터 대표 박종순 목사는 “어려운 목회 환경 속에서 자칫 교회들이 세대별 선택과 집중을 해서는 교회의 미래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면서 “이럴수록 ‘통전적 목회’ ‘온 세대 목회’를 지향해야 신앙 공동체가 건강해진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원로목회자인 박 목사는 “간혹 교인 중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회학교 학생을 두고 ‘다음세대 목회에 집중한다’면서 노년 교인을 홀대하는 목회자들을 보게 되는데 이런 ‘목회적 선택과 배제’는 위험하다”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모든 세대의 교인을 양육한다는 목회적 관점으로 접근해야만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혜로운 목회의 길을 찾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