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건설되면 존립 자체 위태로워져”…양구·단양 댐 건설 반발

입력 2024-08-07 14:30
양구읍이장협의회는 7일 수입천댐 건설 반대 결의문을 발표하고 정부가 댐 건설을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양구군 제공

정부가 댐 건설 후보지로 발표한 강원도 양구군과 충북 단양군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지자체, 지역 주민과의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댐 건설 후보지를 선정했다는 게 반대의 이유다.

양구군은 지역 주민과 함께 수입천댐 건설을 막기로 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7일 “수입천댐 건설 시 양구군은 남쪽 소양강댐, 서쪽 화천댐·평화의댐, 북쪽 수입천댐 등 3면이 댐으로 막힌 육지의 섬 중의 섬으로 전락한다”며 “댐 건설과 직접 연관이 있는 기관과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 없이 단순히 입지만을 후보지 선정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정”이라고 말했다.

군은 9일 수입천댐 반대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서명운동, 군민 총궐기대회, 환경부 항의 방문 등의 반대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양구군의회를 비롯한 지역 사회단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구군의회는 6일 수입천댐 건설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군의회는 “양구 인구는 이미 소양강댐 건설 이전 4만1000명에서 현재 2만890명으로 감소했다. 수입천댐이 건설되면 주택 수몰과 행정구역 축소 등으로 군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날 양구읍이장협의회, 대한노인회 양구군지회도 수입천댐 건설 반대 결의문을 발표하고 댐 건설 백지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단양천을 따라 형성된 선암계곡은 단양지역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상·중·하선암으로 나뉜 선암계곡은 단양팔경 중 3경으로 꼽히고 자연휴양림과 캠핑장 등 관광시설이 즐비하다. 단양천이 댐 건설 후보지로 선정되자 반발에 거세지고 있다. 단양군 제공

충북 단양군과 단양군의회, 지역 주민은 단양팔경이 훼손된다며 댐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단양군의회는 7일 건의문을 내고 “정부의 댐 건설 후보지 발표는 지역주민의 정서나 선암계곡이 가지고 있는 가치, 사회경제적 영향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며 “단양천댐 건설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댐이 건설되면 단양천에 있는 단양팔경에 포함된 상선암·중선암·하선암이 수몰될 가능성이 크고 오토캠핑장과 휴양림, 야영장, 생태유람길과 마을 등이 수몰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댐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1985년 지어진 충주댐으로 수몰의 아픔을 겪은 주민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여론도 지배적이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단양천댐 건설 후보지인 선암계곡은 물이 맑고 계곡이 아름다워 많은 피서객이 찾는 곳”이라며 “향후 주민설명회, 공청회, 여론조사 등 지역 주도의 의사결정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홍수·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14곳의 댐 후보지를 공개했다. 수입천댐은 저수 용량 1억t 규모로 14개 기후대응댐 후보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단양천댐의 저수 용량은 2600만㎥ 규모다.

양구·단양=서승진 홍성헌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