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수출·제조업체 대부분이 경쟁력을 강화한 중국산 제품의 저가·물량 공세에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보다 기술·품질력을 높인 중국 기업에 이미 추월당했거나 격차가 대폭 축소됐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가 최근 광주지역 수출·제조업체 152곳을 대상으로 벌인 ‘2024년 중국 저가·물량 공세 관련 의견조사’ 결과에서 이 같은 지역 기업들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7일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업체 62.5%는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실제 경영실적에 영향을 받았거나 피해를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37.5%는 ‘영향이 적거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지역 수출·제조업체 10곳 중 6곳 이상이 중국산 제품의 저가·물량 공세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피해(복수응답)로는 판매 단가 하락이 62.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내수 거래 감소 46.3%, 중국 외 해외 판매 부진 30.5%, 대중국 수출 감소 13.7% 등이 뒤를 이었다.
‘가격만 싸고 허접스러운’ 제품으로 인식되던 중국기업의 기술·품질 변화를 묻는 설문에는 67.8%가 이미 중국기업에 추월당했거나 격차가 축소됐다고 답해 막연한 위기감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보다 우위에 있는 기업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이들 가운데 향후 중국 기업이 ‘5년 이내 추월할 것’이라는 응답은 무려 69.3%에 달했다. ‘6~10년 이내’ 또는 ‘10년 이상’이라는 응답은 14.7%와 16.1%로 조사됐다.
자사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중국 경쟁기업과 비교해 달라는 데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예상보다 빠른 중국 기업 성장 속도에 대한 지역 기업인들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광주지역 수출·제조업체들은 정부와 지자체 지원정책으로 ‘국내산업 보호조치 강구’(38.2%)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꼽았다.
연구·개발(R&D) 지원확대(32.9%), 신규 시장 개척 지원(32.2%), 무역금융 지원 확대(12.5%), FTA 관세 혜택 활용 지원(11.2%)도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계기로 저가 중국산 제품이 세계를 휩쓸었는데 수년 전부터 제품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과 비슷하게 끌어올린 제2차 ‘차이나 쇼크(중국 충격)’가 이어지고 있다”며 “강대국간 보복관세와 보호무역주의 강세로 지역기업들의 한숨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값싸고 허술했던 중국 제품 기술·품질이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지역 제조업체 매출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지역기업 혁신과 품질 고급화를 돕기 위한 설비투자 지원정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