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논란 김동연 “‘그림자 노동’은 없애나가야 한다”

입력 2024-08-07 09:13

하나,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집무실 안에는 여섯 개의 유리 찻잔이 탁자 위에 놓여 있다.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유훈 바로 아래다(사진). 찻잔 옆에는 차를 끓이는 티포트가 있고 내방객(또는 직원들) 스스로 차를 가져다 마시면 되도록 해놓았다. 심지어 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찻잔 ‘운반 서비스’를 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 김 지사는 재임 중 수차례 출산 휴가를 앞둔 여직원을 직접 찾아가 응원과 함께 ‘도지사 피자 사용권’ 선물을 줬다. 도 관계자는 “‘출산이란 소중한 결정을 축하하고, 휴가를 다 쓰고 복귀해도 인사에 불이익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상징적 선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실제로 인사파트에 출산으로 인해 근무성적평정, 보직, 승진 등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차례 지시하는 등 직접 챙기고 있다고 한다.

6일 경기도는 지난 2일 김 지사의 인스타그램에 ‘김동연 격노 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으나 실제는 이처럼 두 개 사례의 배경이 있다는 설명이다.

동영상은 비서실 여비서관이 회의로 점심을 거른 김 지사를 위해 컵라면을 끓여오자 김 지사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지사라고 이런 것 부탁하는 것 싫어. 우린 이런 룰 깨자고. 그게 너무 답답해”라고 말 한 뒤 컵라면을 먹으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축이 여성 경제활동인구 늘리는 것이다. 유리천장처럼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이날 강민석 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두 개의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해당 동영상에 나오는 김동연 지사의 발언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가 아니라, 맥락이 있고, 일관성이 있는 것이었음을 알려드리기 위해서”라며 “해당 동영상 속 회의는 꽤 오래전(약 3~4개월 전)이다. 영상 속 김 지사의 셔츠가 긴 팔임을 주목해달라”고 했다.

김 지사의 인스타그램 ‘반전 동영상’에는 ‘좋아요’가 7000개가 넘고, 댓글도 540개에 이른다.

도에 따르면 댓글에 98%에 이르는 거의 대부분이 긍정적이었다. 긍정댓글의 압도적 내용은 김동연 지사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기원, 식사 거르지 마세요 등이었다. 특히, 김동연 지사의 생각과 거의 같은 “‘그림자 노동’ 아웃. 격한 지지”라는 짧은 댓글도 눈에 띄었다.

그림자 노동은 대가가 주어지지 않지만, 임금 노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노동을 말한다. 커피나 차 심부름, 컵라면 끓이기 등도 넓게 보면 그림자 노동일 수 있다.

강 대변인은 “적어도 경기도에서는 ‘그림자 노동’은 없애나가야 한다는 것이 김동연 지사의 생각”이라고 전하며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김 지사가 “‘여성 직원들이 허드렛일이나 해서야 되겠나. 여성 직원 중에서 간부도 많이 나와야 한다. 일할 시간에 차 심부름하고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