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못 믿겠다”… 11번가, AK몰에 대금 지급 거부 선언

입력 2024-08-07 00:02
국민일보 DB

11번가가 큐텐 계열 전자상거래 플랫폼 인터파크커머스에 판매대금을 넘기는 대신 판매자(셀러)들에게 직접 정산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인터파크커머스 측은 원칙대로 정산을 진행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이달 초 AK몰에 대한 10억원 상당의 판매대금 지급을 잠정 보류했다. AK몰은 인터파크커머스가 운영하는 쇼핑몰이다. 그간 ‘숍인숍’ 형태로 11번가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해 왔다. 참여 판매자 수만 17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측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여파로 인터파크커머스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금을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대로라면 11번가가 인터파크커머스에 대금을 지급하고 인터파크커머스가 다시 셀러들에게 대금을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정산이 이뤄지는데, 11번가가 인터파크커머스를 건너 뛰고 셀러들에게 직접 돈을 건네는 ‘직접 정산’ 방식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인터파크커머스는 “양사가 체결한 ‘표준 제휴입점계약서’에 명시된 판매대금 지급 규정을 어긴 계약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인터파크커머스 측은 11번가가 셀러들에게 대금을 직접 정산하려면, 인터파크커머스가 1700여명의 판매자들에게 일일이 개인정보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티메프 연계 프로모션으로 상품을 판매하다 수십억원의 판매대금을 물릴 위기에 처한 11번가가 이를 빌미로 자사에 대한 판매대금 지급을 중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1번가가 티메프로부터 못 받은 돈을 인터파크커머스의 대금으로 일부 만회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인터파크커머스 관계자는 “큐텐 산하 플랫폼이라도 엄연히 다른 법인인데 미수금과 미지급금을 상계 처리하려는 의도라면 상도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터파크커머스는 티메프 사태 이후 판매자들이 줄줄이 이탈하며 유동성이 크게 악화해 지난달 말부터 일부 셀러들에게 정산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미수금만 860억원에 달한다. 큐텐 계열사에서 650억원, 11번가·신용카드사 등 외부에서 210억원의 미수금이 쌓였다.

인터파크커머스 관계자는 “자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앞으로 줄줄이 정산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판매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거래처 등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