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英 부채질? “내전 불가피” 머스크… 영국 총리실과 충돌

입력 2024-08-06 16:30
일론 머스크는 4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영국 거리의 폭력 시위 사태를 보여주는 영상과 함께 “내전은 불가피하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일론 머스크 X 캡처

영국에서 격화하는 반이슬람·반이민 폭력시위를 둘러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영국 총리실이 충돌했다.

영국 총리실이 SNS상의 선동 콘텐츠와 가짜 뉴스를 사태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강력 대응을 시사한 것을 놓고 머스크가 비난조의 의문을 표하면서다.

머스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영국 거리의 폭력 시위 사태를 보여주는 영상을 게시하고는 “내전은 불가피하다(Civil war is inevitable)”라는 글을 달았다.

하루 뒤에는 ‘우리는 이슬람 사원과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게시물을 인용해 “‘모든’ 공동체에 대한 공격에 대해 걱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영국 총리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스타머 총리의 대변인은 “머스크의 발언에는 타당한 근거가 없다”며 “우리가 이 나라에서 보고 있는 것은 조직화된 폭력이며 이는 거리든, 온라인이든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번 시위 관련 온라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느낌표나 댓글을 달며 동조해 오고 있다. 가디언은 이러한 행동이 선동적인 콘텐츠가 온라인상에 널리 퍼지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머스크는 미국 소셜게임업체 징가의 창업주 마크 핀커스가 X에 올린 “이민 개방을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는 메시지에도 “국경을 여는 것은 미친 짓(Open borders is madness)”이라고 호응했다.

반면 스타머 총리는 SNS상에 유포되는 선동적인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단속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는 긴급안보회의(코브라) 뒤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관계없다”며 “그러므로 거리에서 직접 (폭력에) 참여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거기(온라인)에서도 체포와 기소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피터 카일 기술혁신과학 장관 또한 엑스, 유튜브, 메타, 구글, 틱톡의 경영진과 각각 만나 온라인 폭력 콘텐츠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0일(현지시간) 어린이 댄스 교실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시위대가 경찰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폭력 시위 사태는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흉기를 든 괴한이 침입해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사건에서 비롯됐다.

사건 직후 용의자로 체포된 17세 피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에 퍼졌고, 사우스포트와 런던 등지에서 반이슬람,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파의 폭력 시위가 촉발됐다.

피의자가 웨일스 카디프 태생이며, 온라인에서 떠도는 아랍식 이름 ‘알리 알샤카티’가 아닌 액설 루다쿠바나라는 인물이라는 사실도 공개됐다. 그럼에도 폭력 시위 참가자들은 여전히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날 영국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체포된 사람은 현재까지 378명에 달한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