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홍콩에 첫 금메달을 안긴 펜싱 선수 비비안 콩(30)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중국 당국의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을 옹호한 이력 때문에 논란이 일자 부담을 느낀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홍콩 싱타오일보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에 따르면 비비안 콩이 지난달 27일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딴 뒤 ‘일국양제’를 다룬 그의 석사학위 논문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2021년 중국 인민대에 제출된 이 논문에서 ‘하나의 국가, 두 가지 체제’를 뜻하는 중국의 홍콩 통일 원칙인 일국양제 중 ‘양제’만 강조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인 ‘우산 혁명’ 당시 시위대가 금융중심가인 센트럴을 점령한 것에 대해선 ‘혼란과 불법 행위’라며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고 비난했다. 중국 당국의 탄압과 민주진영 인사의 선거 출마 제한,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해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네이선 로 전 입법회(의회) 의원이 “콩의 승리를 축하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밝히는 등 민주진영 인사들은 반발했다. 홍콩 팬들은 양분됐다. 일부는 콩에게 등을 돌렸고 일부는 중국 팬들과 함께 콩의 정치적 입장에 지지를 표했다. 스포츠에 정치를 개입시키지 말라며 콩을 옹호하고 나선 이들도 있었다.
콩은 지난 4일 은퇴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은퇴 사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타임은 “아시아 금융 중심인 홍콩에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