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올림픽에 대한 논란이 화두입니다. 개막식에서의 동성애 코드부터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최후의 만찬’을 동성애 코드로 패러디한 것은 수많은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올림픽에 참가한 성소수자들은 191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여자 복싱 경기에선 ‘성별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이른바 ‘성혁명’ 물결이 전 세계인들의 축제인 올림픽에도 파고든 모습입니다. 그런데 프랑스는 평소에도 성혁명과 밀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찌감치 동성혼이 합법화된 것은 물론 역대 최연소이자 동성애자 총리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 하원에서 ‘동성애 처벌법 피해자 국가배상 법안’이 무난히 통과됐습니다.
사실 프랑스는 유럽 성혁명의 원조가 되는 국가입니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뿌리깊은 역사적, 사상적 기원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789년에 발생한 ‘프랑스 대혁명’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민중들은 억압하는 전제정에 항거해 무기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이들이 전면에 내세웠던 것은 ‘자유, 평등, 박애’입니다. 프랑스 국기 색깔도 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혁명 과정에서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자유주의 사상을 전파했으며, 다양한 계층과 문화 등을 배척하지 않고 수용한다는 ‘똘레랑스’(관용) 정신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단초도 마련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적 유산은 이후 성혁명을 합리화하는 무기로 사용됐습니다. 일례로 프랑스가 동성혼을 합법화할 때, 수많은 시민단체 및 정치인들이 이에 기반해 동성혼 합법화를 옹호하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법을 공표했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결혼’이 채택된 이후 결혼할 수 있었던 7만쌍의 커플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 위대한 법은 더 많은 자유, 평등, 박애, 기쁨을 위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또 성혁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격할 때에도 대혁명에서 비롯된 사상적 개념들이 단골메뉴처럼 거론됐습니다.
1968년에 발생한 ‘68혁명’도 성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입니다. 이는 전통적 문화와 공리주의적 가치관과의 단절, 문화적 압제 등에서의 해방을 추구했습니다. 그 시기 젊은이들은 성적인 자유 등도 공개적 담론의 장으로 끌어왔고 기성세대들의 고리타분함을 비판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프랑스에서 섹스, 마약, 동성애 등과 관련된 모든 금기가 풀리게 됐습니다.
오늘날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과 68혁명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위대한 혁명으로 규정합니다. 세계사에 특별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입니다. 다만 성혁명을 위대한 혁명의 부산물로 여긴다는 점은 꺼림칙합니다. 이 같은 인식으로 말미암아 최근 프랑스 올림픽에서의 논란도 발생한 것입니다. 자유와 관용은 좋은 개념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거나 무분별하면 방종이나 문란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좋은 개념은 왜곡되지 말고 올바르게 전승돼야 합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