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게 선 염소, 지켜보는 CCTV… 정체는 ‘뱅크시 새 작품’

입력 2024-08-06 14:44
8월 5일 런던 북서부의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진 뱅크시의 염소 벽화. 뱅크시 인스타그램(@banksy) 캡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새 작품이 공개됐다.

5일(현지시간)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런던 북서부의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진 염소 그림이 자신의 작품임을 인증했다.

이번 작품은 절벽으로 굴러떨어지는 돌멩이와 낭떠러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 염소, 그 모습을 지켜보는 CCTV로 구성됐다.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작품을 찍어 올리기만 하고 아무런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때문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다고 BBC는 전했다.

실제 뱅크시의 게시물엔 “어떠한 사생활도 보장되지 않는 정보화 사회의 폐해를 나타낸 것 같다” “팔레스타인 등지에 주로 서식하는 염소의 이미지를 빌어와 오늘날의 중동 위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등 각각 다양한 해석이 담긴 댓글이 이어졌다.

8월 5일 런던 북서부의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진 뱅크시의 염소 벽화. EPA연합뉴스

BBC가 만난 한 행인은 “(뱅크시는) 그저 ‘염소가 저 위에 있으면 멋있어 보일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것”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밤새 등장한 뱅크시의 벽화를 깜짝 선물로 여기는 분위기다.

벽화가 새겨진 건물 근처에 거주한다고 밝힌 폴린 테일러는 “정말 대단하다. (작품이) 계속 이 자리에 계속 머무르길 바란다”며 “고마워요 뱅크시”라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뱅크시의 신작 '나뭇잎 벽화'에 흰색 페인트가 뿌려져 훼손된 모습. BBC 홈페이지 캡처.

다만 거리 예술이 대다수인 뱅크시 작품의 특성상 반달리즘(문화·예술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우려 요소다.

염소 벽화 역시 현재 공공에 방치된 상태라 안전하게 보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 3월 공개된 뱅크시의 ‘나뭇잎 벽화’는 공개된 지 사흘 만에 흰색 페인트가 곳곳에 뿌려진 채로 발견돼 공분을 산 바 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 인근 소도시 이르핀의 전쟁 폐허에 새겨진 뱅크시의 작품을 훼손 방지 목적으로 통째로 떼어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훼손된 건물에 새겨진 뱅크시 벽화. 안전한 지역으로 이송하기 위해 건물 외벽 일부를 통째로 떼어냈다. AP뉴시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