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감사’였다. 서울 중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 본부교회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장학금 수여식이 진행됐다. 기감 본부 선교국(총무 태동화 목사)과 목회자유가족자녀돕기운동본부(운동본부·회장 김진호 목사)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목사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 자녀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운동본부와 예수자랑사모선교회(예자회·회장 배영선)가 마련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대학원생과 대학생에게는 200만 원, 고등학생에게는 100만 원, 중학생에게는 70만 원,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에게는 50만 원이 전달됐다. 총 42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다. 대학생 19명, 고등학생 9명, 중학생 3명, 초등학생 9명, 유치원생 2명이었다. 기감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총 937명의 학생에게 약 12억 원의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기독교 단체가 주최하는 장학금 전달식의 특징이 있다”는 말로 격려사를 시작한 이범조 아펜젤러인우교회 목사는 “받는 쪽만 아니라 베푸는 쪽에서도 아주 징글징글하게 감사를 고백한다”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오늘 모인 모두가 이별과 상실이라는 극도의 아픔을 겪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감사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며 “장학금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감사를 고백하며 인간다움의 품격과 고상함을 만끽하는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장학생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한 협성대 3학년 박주성 전도사는 “제 아버지 박경석 목사님은 제가 3살 때 교회 건축하시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하늘나라로 가셨다”며 “어려서부터 예자회 사모님들의 도움으로 자랐다. 직접 장을 담가 장학금을 마련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박 전도사는 “예자회 사모님들은 제게 또 다른 어머니시고, 운동본부의 장학금 덕분에 바르게 자랄 수 있었다”며 “받은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운동본부 회장으로 기감 25대 감독회장을 지낸 김진호(85·도봉교회 원로) 목사는 “하나님이 여러분을 위해 나에게 이 일을 맡겨주신 것 같다”며 “1년이면 장학금으로만 1억 2000만원가량이 나가는 큰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건 이름도 없이 보내오는 교단 교회의 후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최근에는 한 원로 목사님이 50만원의 후원금을 들고오셨다. 내가 알기로 그분은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분”이라며 “이렇게 많은 분이 유가족을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자회 배영선 회장은 “장학금을 받은 자녀들이 기업에서, 공공기관에서, 목회지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동화 기감 본부 선교국 총무는 “22년째 이어지는 이 장학금 전달식은 감리교회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장학금을 받은 사람 중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감사의 마음들이 모여 세계 선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