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도 실패에도 언제나···’ 골프 국대 김주형의 고백 클라스

입력 2024-08-06 11:06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골프 선수 최초로 톱10에 진입한 김주형이 지난 5일(현지 시간) 대회를 마무리 한 뒤 자신의 SNS에 하나님을 향한 감사를 전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골프 선수 최초로 톱10에 진입한 김주형이 대회를 마무리 한 뒤 밝힌 소감으로 골프 팬은 물론 크리스천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골프 국가대표로 출전한 김주형은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마지막 4라운드에서 최종 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공동 취재 구역에 선 김주형은 꾹 눌러왔던 눈물을 보이며 인터뷰에 나섰다.
골프 국가대표 김주형이 지난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에서 열린 골프 남자부 4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외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나라를 대표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태극마크를 달게 돼 정말 기뻤다”고 회상했다. 이어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한국 골프의 발전을 위해 꼭 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 눈물이 났다”며 “손흥민 선수가 대표팀 경기 후 왜 우는 지 이제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신의 SNS에 장문의 소회를 남긴 김주형은 첫 번째로 하나님을 향한 감사부터 전했다. 그는 “삶에서 성공을 했을 때 그리고 실패를 했을 때 언제나 영광을 드리고 싶은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며 “언제나 사람으로서, 골프선수로서 겸손함을 가르쳐주시고 제 길을 인도해주시며, 부담 되고 힘든 상황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주형과 스코티 셰플러가 함께 라운딩을 펼치는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김주형과 스코티 셰플러가 함께 라운딩을 펼치는 모습과 김주형이 SNS에 남긴 감사의 글.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 올림픽은 골프 팬들에게 ‘우정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끌었다. 바로 김주형과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조국의 국기를 달고 필드 위 대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6월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혈투를 벌이며 명승부를 펼쳤던 두 선수는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 서로를 껴안고 축하와 위로를 나누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줬다.

두 사람은 태어난 날이 같아 평소 생일 파티를 함께 하고,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김주형과 셰플러는 공동 6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했다. 같은 순위로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최종 순위는 엇갈렸다. 셰플러는 이날 버디만 9개를 뽑아내며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짜릿한 역전승 금메달을 거둔 반면, 김주형은 11번(파3) 18번(파4) 홀에서 각각 보기와 더블 보기를 기록하는 난조를 보이며 13언더파 271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리더보드에 기록된 순위는 달랐지만 필드 위에서 서로를 향해 주고받은 진심 어린 마음은 동일했다. 김주형은 “우리가 함께 한 순간이 늘 소중하지만 이번 올림픽 무대는 특별했다”며 “마지막 라운드 후 내게 ‘수고했다’고 말해 준 셰플러의 위로에 더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셰플러와 미국 국가 대표팀에게 축하를 전하며 특유의 위트를 담아 “축하해 동무(Congrats Pards)”라고 글을 남겼다.
김주형이 사용하는 태극기 마크가 새겨진 골프 백과 자신의 SNS에 남긴 다짐의 글. 인스타그램 캡처

김주형의 글은 좋아요 3만4000여개 댓글 800여개(6일 현재)가 달리며 주목받고 있다. 댓글에는 ‘진심으로 평생 응원하고 싶은 선수다’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증인이 돼준 톰(김주형의 영어 이름)에게 감사하다’ ‘4년 뒤엔 분명 목에 원하는 메달이 걸려있을 것’이란 응원이 줄을 잇고 있다.

김주형은 글의 말미에서 “올림픽 이란 무대에 선다는게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말로 표현이 안된다”며 “우승 했을 때도 안 나던 눈물이 나는 나 자신을 보며 큰 동기부여를 받았다.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다시 이 무대 설 것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