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며 일본은행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나오는 모양새다.
일본은행 출신인 아타고 노부야스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은 경제 지표와 시장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며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했다는 것은 통계자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주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제 및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과 일치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이런 추세가 유지되는 한 금리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시타 마리 다이와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금리 인상이었다”며 “이제 일본은행은 다음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진입할지 연착륙할지 지켜봐야 한다. 적어도 9월이나 10월의 금리 인상 논의는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아타고는 “정치적 요인이 배경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엔화 약세에 대처하기 위해 정치권과 일본은행이 소통한 결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여당의 고위 정치인 두 명은 지난달 금리 결정을 앞두고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정치인이 금리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일본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달 22일 강연에서 “단계적인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방침을 더욱 명확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화가 너무 저렴하다”며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지난 5일 니케이종합지수는 12% 넘게 폭락했다. 코스피, 나스닥, S&P500 등 주요 지수도 일제히 큰 하락세를 보였다. 기준금리를 올려 고질적인 엔저 현상에서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엔화 가치가 1주일 만에 달러 대비 8% 급등하며 수출업체의 수익 전망은 급격히 악화됐다.
다만 일본의 금리 인상을 옹호하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모넥스 그룹의 제스퍼 콜 이사는 “금리 정상화는 옳은 일이며, 일본은행이 너무 빨리 움직인 것은 아니다”며 “다만 금리를 올리면서 비둘기파적 표현으로 균형을 맞췄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