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 “종교계 신뢰할 수 없다”

입력 2024-08-06 09:52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계를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종교계가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계에 대해 ‘매우 신뢰한다’ 혹은 ‘다소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44.81%에 불과했다. 반면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절반을 웃도는 51.26%로 집계됐다.

별로 보면 종교계를 불신하는 비율은 여성(48.26%)보다는 남성(54.16%)이 더 높았다. 종교계를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58.88%)였다. 종교계를 신뢰하는 비율이 절반을 웃도는 연령대는 60대 이상(51.35%)이 유일했다.

월평균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신뢰도 수준을 살폈을 때는 소득이 높을수록 종교계를 신뢰하는 수준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응답자 중엔 44.03%만 종교계를 향한 불신을 드러냈으나 400만원대, 500만원 이상인 응답자들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57.87%, 56.30%에 달했다.

보수적인 사람보다 중도, 혹은 진보적인 사람일수록 종교계 신뢰도가 낮게 나타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스로 보수 성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엔 종교계를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가 절반을 밑도는 47.14%였으나 ‘중도적’ ‘진보적’이라고 자평한 이들은 각각 52.97%, 51.76%가 종교계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종교계를 향한 낮은 신뢰도는 다른 항목에서도 확인됐다. 사회 갈등 해결의 주체로 종교계를 꼽은 응답자는 0.96%에 불과했다. 사회 갈등 해결 주체로 열거된 항목 가운데 꼴찌에 해당하는 결과였다.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56.01%) 국회 및 정당(22.04%)이었고, 이어 국민 개개인(9.16%) 언론계(4.45%) 시민사회단체(3.34%) 기업(3.05%) 교육계(1.00%)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신뢰한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집단은 의료계(81.90%) 금융기관(74.49%) 대기업(69.87%) 등이었으며 가장 낮은 순위에 랭크된 곳은 국회(21.05%)였다. 응답자들이 여러 사안 가운데 가장 갈등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은 이념 갈등이었다. 응답자의 92.33%가 진보·보수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8년 조사(87%) 때보다 5% 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앞으로 10년 후 심각해질 사회 갈등으로도 진보와 보수의 갈등(87.66%)이 꼽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7월 19~75세 남녀 395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