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하는 등 한국 양궁이 메달 사냥에 성공하면서 그간 양궁선수들을 후원해온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의 과거 연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어느 분야든 최고라는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공정하게 경쟁했는데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는 진정한 1인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이를 통해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드릴 수 있다”며 “그게 바로 스포츠의 가치와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오늘 자리는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것이다. 가까이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2025년 광주세계양궁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를 잘 치르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대중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며 “협회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혁신에 앞장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누리꾼은 이같은 정 회장의 연설을 “보기 드문 선한 독재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40년간 한국 양궁을 지원해왔는데 이를 두고 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05년부터 양궁협회장을 맡아왔다.
다른 누리꾼들도 “독재에도 종류가 있다. 선수 모두가 불만 없이 운영되고 매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선수들이 즐거워야 한다” “평생 독재해라” “협회장의 품격이 보이는 연설이다”라고 했다.
범현대가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비교하는 누리꾼도 다수였다. 정 회장의 연설을 공유한 게시글에는 “정몽규씨, 좀 배우세요” “같은 정이지만 다른 결과” “한 가문에 다른 인성이 보인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