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울지마요”… 눈물 쏟는 감독 위로한 임애지

입력 2024-08-05 15:49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복싱 선수 임애지. 연합뉴스

활짝 웃으며 사각 링에 올라 상대 선수 얼굴에 강펀치를 꽂아 넣는 임애지(25)는 경기장 밖에서도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준결승 뒤 눈물을 펑펑 쏟는 스승에게 “감독님, 울지 마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임애지가 소속된 화순군청 복싱팀의 박구 감독은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동메달 딴 뒤 (임)애지와 영상통화를 했는데 울고 있는 나를 괜찮다고 위로했다”면서 “아쉬운 마음을 아니까 눈물을 흘렸는데 애지는 울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임애지의 가족, 화순군 주민들과 함께 전남 화순군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어찌나 열렬히 응원했던지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지난 4일 밤 전남 화순군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주민들이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준결승전에 출전한 임애지를 응원하고 있다. 박구 감독 제공

임애지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에게 2대 3으로 판정패했다. 임애지는 한국 여자 복싱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대회를 끝마쳤다. 올림픽 복싱은 준결승에만 올라도 동메달을 수여한다. 한국 복싱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온 건 2012 런던올림픽 한순철(남자 60㎏급 은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런던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복싱에선 최초로 메달이 나왔다.

1999년생인 임애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복싱을 접했다. 화순중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걸었다. 마땅히 운동할 곳 없어 박 감독이 운영하던 체육관을 찾아오면서 인연을 맺었다. 박 감독은 전남기술과학고를 거쳐 한국체대를 졸업한 임애지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박 감독은 “중학생 애지가 복싱이 배우고 싶다며 찾아왔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고3이던 2017년 세계유스여자복싱선수권대회 라이트급에서 한국 여자 복싱 최초로 우승하면서 세계 복싱계에 이름을 알렸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도쿄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연이어 출전했다. 특히 2021년 열린 도쿄 대회엔 선배 오연지(34·울산시체육회)와 함께 한국 여자 복싱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1회전 탈락 후 3년간 절치부심해 파리에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박 감독은 “애지는 어릴 때부터 욕심이 많았고 뭔가 이뤄내겠다는 각오가 남달랐다”면서 “빠른 발놀림과 주먹 기술은 남자들과 함께 훈련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2024 파리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복싱 임애지. 빌팽트=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임애지의 동메달로 침체기에 빠진 한국 복싱에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복싱계는 선수 육성 저변이 확대하길 기대하고 있다. 박 감독은 “애지는 복싱 꿈나무들의 희망이 됐다”고 했다. 임애지는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사실 올림픽만 무대가 아니다. 선수들은 작은 대회부터 열심히 한다”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외에도 많은 대회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