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사망한 아버지의 순직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유족이 군을 상대로 제기한 보상금 지급 소송에서 법원이 유족의 손을 들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숨진 군인의 아들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낸 보상금 지급 불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5월 28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A씨 아버지는 육군 복무 시절인 1954년 막사 신축 작업에 투입됐다가 산이 무너지면서 크게 다쳤다. 그는 1년 5개월의 병원 치료를 받다가 1956년 1월 사망했다. 당시 만 3세였던 A씨는 성인이 된 1981년 육군을 상대로 유족 급여 등을 묻는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육군은 A씨 아버지가 복무 중 ‘병사’했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육군은 이후 1997년에 A씨 아버지를 순직자로 다시 분류했지만 이를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2021년 10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A씨 아버지 사망이 군 복무와 인과가 있다고 보고,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65년이 흘러서야 아버지 순직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군인 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국군재정관리단은 “옛 군인사망급여규정에 따라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났으므로 급여 청구권이 없다”며 거부했다.
A씨는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국군재정관리단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 판단”이라며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국가의 배상 책임을 묻는 사건에서 국가의 잘못으로 청구인이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소멸시효 주장을 물리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망인이 군 복무 수행 중 사망했는데도 육군본부는 이를 병사로 규정해 유족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으며 뒤늦게 망인에 대한 순직 결정을 하고도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지 않았다”며 “원고가 군인 사망보상금은 물론 국가배상 등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만 3세였던 원고는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알기 어려웠고 원고의 어머니 역시 문맹이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A씨가 군인 사망보상금 지급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보상금 청구를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재정관리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