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제물포를 한국 기독교 성지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아펜젤러·언더우드역사문화기념사업회(아언기념사업회, 대표회장 이종복 목사)가 있다. 5일 인천 남동구 아언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이종복 목사를 만나 2026년 4월 봉헌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아펜젤러·언더우드 역사문화기념관의 건립 취지와 목표를 들어봤다.
아언기념사업회의 핵심은 기념관 건립이다. 이 목사는 “4월 5일 부활절 아침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들이 한국에 처음 도착한 인천 제물포는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라며 “이곳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세워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신앙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념관은 인천기독교총연합회(인기총, 대표회장 주승중 목사)가 1986년 인천시 중구 항동1가에 세운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탑 인근 부지를 후보지로 정했다. 해당 터는 1883년 개항 당시 인천 제물포 인천해관(세관) 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언기념사업회는 2022년 3월 기념관 건립 발대식을 열고 이 일대를 ‘한국의 기독교 성지’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기념관 건립 사업에는 총 12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이 중 111억원은 국고 지원을 받고 나머지 16억원은 감리교와 장로교가 분담할 계획이다. 기념관 봉헌 예배는 2026년 4월 5일 부활주일로 계획하고 있다.
기념관은 대지 330평(약 1,091.7㎡)을 매입해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축면적 200평(약 661.2㎡)인 연건평 2000평(약 6,611.7㎡) 규모로 설계될 예정이다. 1층에는 매표소와 로비, 기념품 판매점, 카페, 화장실이 위치하며, 2층과 3층에는 아펜젤러와 언더우드의 조선 개화 활동과 선교 자료 전시실이 들어설 계획이다. 4층에는 역사 자료실, 도서관, 식당, 사무실 등이 배치된다. 옥상은 공공시설, 탑 관망대, 포토존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기념관 건립은 인천시가 진행하고 있는 종교 관광 산업 육성 사업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시는 개항기 서양 종교 유입의 역사적 배경을 활용해 여러 종교 명소를 중심으로 한 종교 관광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140여년 전 개항 이후 인천은 장로교와 감리교 성공회뿐 아니라 가톨릭이 확산한 장소다. 한국 최초 감리교회인 내리교회, 한국 최초 성공회 교회인 내동교회, 개화기 선교 발상지인 답동성당 등 유서 깊은 종교 명소가 많다. 인천시는 이 종교 명소들을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해 성지순례객과 일반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현재 개별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모바일 스탬프 투어를 강화도 등 섬 지역 순교지로 확대하고, 인천관광공사와 종교 관련 안내서를 제작해 나누어 줄 예정이다. 종교 관광 전문 여행사와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도 개발 중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4월 5일 아언기념사업회가 개최한 아펜젤러·언더우드 선교 139주년 기념예배에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 부지에 세워질 아펜젤러·언더우드 역사문화기념관은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 시장은 또 “기독교 선교 역사의 중심지인 인천을 알리고, 전국의 많은 성도 여러분께 믿음의 도전을 주는 성지가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이번 사업은 인천과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기념하고, 많은 사람이 신앙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인천시와 교계의 협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기념관이 완공되면 이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신앙과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언기념사업회는 내년에도 4월 5일 한국 선교 140주년을 맞아 기념예배를 드린다. 140주년의 의미를 살려 인천뿐 아니라 한국 기독교 차원의 행사로 치른다는 방침이다.
2021년 출범한 아언기념사업회는 아펜젤러 부부와 언더우드의 역사문화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인기총 산하 단체다. 선교사들이 한국에 첫발을 디딘 4월 5일마다 선교기념예배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관련 학술포럼과 순례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