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학교에 새 건물 선물…“하나님과 했던 약속 지켜야 했다”

입력 2024-08-05 09:45 수정 2024-08-05 12:22
박영숙(가운데) 순복음삼마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5월 30일 케냐 앙구라이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순복음삼마교회 제공


박영숙(67) 순복음삼마교회 담임목사가 케냐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거의 500㎞ 떨어진 앙구라이의 한 산골 마을을 찾은 것은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이었다.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랬다. 지붕이나 유리창도 없고 흙으로 만든 벽이 전부인 공간, 그 안에 모인 30여명의 학생들, 한국에서 온 낯선 사람들을 쳐다보는 반짝거리는 눈빛…. 4일 경기도 파주 순복음삼마교회에서 만난 박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어요.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더군요.”

그즈음 순복음삼마교회는 파주 교회의 교육관 증축을 계획 중이었는데, 한숨만 내쉬고 있던 그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고 한다. “너 지금 성전을 지으려고 하지? 이곳을 보거라.” 하늘을 향해 휑하니 뚫려 있는 지붕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을 위해 지붕만이라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온 박 목사는 사비로 8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하기로 했다. 때마침 이 교회 성도가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지붕 외에도 많은 곳을 수리할 수 있게 됐다.

박 목사는 교회 재정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 학교를 후원하게 된 이유를 묻는 말에 “내가 하나님과 한 개인적인 약속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케냐 학교 보수 공사가 이달부터 시작돼 8개월 정도 걸린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 교회 교육관 증축도 비슷한 기간에 진행되거든요. 공교롭게도 두 공사가 같은 시기에 진행되면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된 거 같아요.”

박 목사가 올봄 케냐를 방문한 것은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벌이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순복음삼마교회가 이 캠페인에 참여한 것은 교회의 1대 담임목사였던 고(故) 이일성 목사의 뜻이었다. 박 목사의 남편이기도 한 이 목사는 과거 캠페인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동참할 수 없었고 2022년 4월 2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박 목사는 “이 목사님이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동행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순복음삼마교회 성도들이 4일 경기도 파주 교회 옥상에서 열린 교육관 증축 감사예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순복음삼마교회 제공


박 목사를 만난 이날 교회 옥상에서는 교육관 증축을 시작하는 감사예배가 열렸다. 수은주가 35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에도 옥상엔 성도 수백명이 모여 교육관 증축을 자축하면서 함께 기도하고 큰 목소리로 찬송가를 불렀다. 예배가 끝난 뒤 만난 박 목사는 자신이 걸머진 사명을 ‘불쏘시개 사명’이라고 소개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씨를 살리는 것이 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었어요. 신학을 공부한 것, 뒤늦게 목사 안수를 받은 것, 담임목사가 된 것….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만들어나갈 놀라운 역사가 기대돼요.”

파주=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