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 가정서 자란 애정결핍 아동들의 ‘엄마’로…

입력 2024-08-04 12:16 수정 2024-08-05 12:39
김희정 선교사가 지난달 30일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에스와티니 선교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일부다처제 국가인 에스와티니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를 낳기만 하고 방임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님과 제대로 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 마약이나 술에 의존하거나 타인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저는 이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고 있어요.”

최근 방한한 김희정(56) 선교사는 이렇게 말하며 “자아가 형성되지 않고 자존감도 약한 에스와티니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고 예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미소지었다. 2014년 미국 워싱턴 열린문교회에서 프로젝트 선교사로 파송돼 약 10년을 에스와티니에서 평신도 전문인 선교에 힘쓴 김 선교사를 지난달 30일 국민일보 종교국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김 선교사가 음악을 선교의 도구로 삼게 된 계기는 교회 권사님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이다. 김 선교사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교회 반주자가 되길 날마다 기도하며 김 선교사가 피아노를 배우도록 이끌어주셨다. 김 선교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회 반주자로 나서게 됐으며 미국에서 교회음악 박사과정 등을 공부한 뒤 자연스럽게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다.

김 선교사는 “한국에서 가져온 키보드 하나를 짊어지고 방문한 에스와티니에는 악기라곤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에스와티니인들에게 음악이란 반주 없이 술, 춤과 함께하는 것이었기에 악보를 볼 줄 아는 이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희정(왼쪽 위) 선교사가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희정 선교사 제공

무일푼 사역을 하던 김 선교사는 혈혈단신으로 먼 시골과 남아공 구석까지 다니며 피아노 반주를 통해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는 중에도 현지 아이들에게 무료 음악 강습을 해주고 시간이 늦어지면 자차로 이들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등 아낌없는 사랑을 퍼부었다.

그의 사역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건 그가 2017년 아프리카 현지 등록 NGO이자 문화예술교육선교단체인 ‘아프리카 찔로’를 설립하고부터다. 김 선교사는 “찔로를 통해 현지에 있는 많은 평신도 전문인 사역자들의 비자 문제 해결 등 지원은 물론, 현지 대학 프로그램이나 오케스트라, 구제 사역 등 여러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매도 있다. 김 선교사는 “나를 거쳐 간 현지 수강생들의 수는 100여명 정도에 달하는데 이들 중 배가 고파 음악으로 먹고살려는 마음으로 오는 친구들도 많다”면서 “상처가 많은 아이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함께 기도해주고 성경 말씀도 공부할 때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복음을 영접하더라”고 말했다.

사킬레. 김희정 선교사 제공

술집에서 근무하며 백인 여성들에게 몸을 팔고 마약 중독에 시달리던 에스와티니 청년 사킬레(32)가 한 예다. 사킬레는 5살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질투에 눈이 멀어 아버지의 새 여자친구를 칼로 찌르는 모습을 목격하고 큰 정서적 불안을 겪었다. 그는 20대 시절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던 신세였으나 김 선교사를 만나 큰 변화를 겪게 됐다.

김 선교사는 “사킬레는 현재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고 나를 ‘엄마’라고 부를 만큼 친밀해졌다. 또 하나님을 만나 회심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등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서 “찔로 수업을 듣는 에스와티니 아이들에게 음악과 하나님 말씀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지금은 인근의 가장 부자들만 다니는 사립 고등학교의 음악 교사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했다. 김 선교사는 “찔로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하나님 말씀을 마음과 영혼에 새길 수 있도록 말씀 암송과 찬양 등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이어 “그러나 현재 인력이 부족하기에 이 사역에 함께 동역하는 이들이 더욱 많이 세워져서 하나님 나라 확장에 함께 힘쓸 수 있길 기도하고 있다”면서 “오는 10월 12일에는 에스와티니에서 큰 규모의 합동 콘서트가 열리게 되는데 무사히 진행되고 콘서트를 통해 더욱 많은 양에게 하나님 말씀을 먹일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부연했다.

현지 오케스트라의 모습. 김희정 선교사 제공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