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장 개’ 우주와 누나 넷의 따뜻한 동거 [개st하우스]

입력 2024-08-03 00:03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임보 셰어하우스 '터무늬있는포인선녀방'에 방문해 1살 진도믹스견 우주를 임보하고 있는 4명의 청년을 만났다. 왼쪽부터 김지혜씨, 김채원씨, 김로희씨, 장보현씨. 최민석 기자

“1인 가구라서 유기동물 임시보호나 입양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임보 셰어하우스가 이런 고민을 해소해주더라고요. 입주자와 동물 모두 혼자 지내는 것보다 장점이 훨씬 많아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유기동물 임시보호 소셜벤처 핌피바이러스 장신재 대표

1인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로 결심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반려견이든, 반려묘든 장시간 집에 혼자 남겨질 게 뻔하니까요. KB금융그룹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80%가 하루 5시간 이상을 홀로 보냅니다. 특히 1인 가구의 반려동물은 95.5%가 집에 혼자 남아있을 정도죠.

만약 이런 걱정을 해결해줄 수 있는 임시보호 공동체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이런 놀라운 상상을 현실로 만든 곳이 있습니다. 국내 최초 임시보호 셰어하우스입니다. 임시보호가 필요한 유기동물을 돕기 위해 생판 모르는 청년들이 함께 살기로 선택한 집인 거죠.

개st하우스팀은 지난 7일 임보하우스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이곳에 사는 1살 추정의 진도믹스 강아지 ‘우주’를 만나기 위해서였죠. 우주는 장기 임시보호가 필요했던 유기견 출신입니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우주는 단기보호처를 전전하다 현재의 보호자를 만나게 됐고, 지금은 4명의 가족을 만나 안전하고 쾌적한 가정집에서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주조건은 ‘강아지 임시보호’…국내 최초 임보하우스 탄생기

임보 셰어하우스에서 취재진을 마주한 경계심을 풀고 우주가 다가오고 있다. 최수진 기자

취재진을 마주한 우주는 잠시 경계하는 듯 했지만 이내 몇 초 만에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줬습니다. 사실 우주는 촬영 전날 중성화 수술을 받아서 넥카라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술 직후라 상태가 좋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활발하고 친화력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30평대의 임보하우스는 넓은 거실과 주방, 그리고 방 3개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1호점 입주를 마친 이곳에 사는 청년은 모두 4명입니다. 우주를 데려온 기존 임보자 김지혜(32)씨, 전직 사육사 김채원(23)씨, 디자이너 김로희(32)씨, 기획 업무자 장보현(31)씨가 한솥밥을 먹고 있죠. 채원씨와 보현씨는 2인실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해요.

생판 모르는 남남이었던 이들을 하우스 메이트로 엮어준 건 우주였습니다. 유기동물 임보에 관심이 많던 이들은 우연히 임보하우스 입주자 모집 공고글을 봤고, 살 집을 해결하는 동시에 임보까지 할 수 있다는 말에 입주 신청을 하게 된 거죠.

청년 입주자 모집은 유기동물 임시보호 소셜벤처인 ‘핌피바이러스’와 사회투자지원재단인 ‘터무늬있는집’이 함께 했습니다. 핌피바이러스는 청년들의 임보 교육을 맡았고, 터무늬있는집은 시민출자금을 통해 1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지원해줬습니다. 덕분에 청년들은 보증금 없이 30만원대의 저렴한 월세로 셰어하우스를 이용 중입니다.

4명의 청년들이 유기견 출신 우주와 함께 지내는 임보 셰어하우스 내부의 모습. 넓은 거실과 주방, 3개의 방이 있다. 최민석 기자

색다른 기회다 보니 경쟁률도 꽤 치열했습니다. 모집인원은 4명인데 지원자는 50명에 육박했거든요. 선발은 열정 순서로 저절로 이뤄졌습니다. 입주자 모집부터 실제 입주까지 3~4개월가량이 필요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포기자들이 생겼거든요. 그 사이 지원자들은 무려 3개월이나 임보 교육을 받고, 함께 살아갈 집까지 발품 팔아 직접 찾아야 했습니다. 결국 임시보호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배려심 넘치는 청년 넷이 남게 됐습니다.

“가족 4명이 생겼어요” 천진난만 우주 임보기

지난 7일 방문한 임보 셰어하우스에서 임보자 청년 4명이 중성화 수술을 마친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 이성훈 기자

그렇게 4명의 가족을 만나게 된 우주. 청년들은 집을 꾸미면서 우주가 지내기에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동선을 짜는 데 주력했다고 합니다. 지혜씨는 “내가 윤택하게 사는 것보다 우주가 좋은 입양처를 찾아서 더 생활이 좋아지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임보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우주를 돌봐줄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보현씨는 지난해 11월 강아지 한 마리를 임보했던 경험이 있다고 해요. 당시 자취를 했던 보현씨는 셰어하우스에 사는 지금 우주가 더욱 행복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보현씨는 “1인 가구로 임보를 했을 때는 회사가 애견동반 출근이 가능해 함께 출근을 했다”며 “지금 우주와는 함께 출근하지 못하지만 우주가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우주에게는 상당히 이점이 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산책 때도 역할 분담은 척척 이뤄집니다. 실외배변을 하는 우주는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 산책이 필요해요. 4명의 하우스 메이트들은 서로 시간대를 나눠 월 15회씩 우주와 함께 산책하는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강아지 임보가 처음인 로희씨는 경험 많은 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새로운 지식도 얻고 우주와도 더 친밀해질 수 있어서 좋다고 하네요.

“가족을 기다려요” 하루하루 예뻐지는 우주, 평생 가족 찾아요

둔감화 훈련을 받던 우주가 가족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최민석 기자

청년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평생 가족을 기다리는 우주. 아직 1살밖에 안 된 새끼 강아지라 세상을 많이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우주는 참 운이 좋은 강아지이기도 합니다. 함께 사는 청년 중 한 명인 채원씨가 과거 사육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채원씨는 동물사회복지과를 졸업해 강아지 교육센터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의 사회화 교육에도 적극적이라고 해요.

개st하우스팀은 우주의 입양적합도를 알아보기 위해 행동전문가 미애쌤, 윤이쌤과 함께했습니다. 우주와 4개월간 함께한 청년들은 우주에게 둔감화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어요. 번식장에서 태어난 우주는 파열음이나 큰 소리에 자주 놀랐기 때문입니다.

행동전문가 윤이쌤은 우주가 겁이 많다기보다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진단했습니다. 1살의 새끼 강아지기도 하고, 아직 세상을 알아나가는 과정 중에 있어서 보호자가 하나씩 알려주는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해요.

행동전문가 윤이쌤이 보호자 지혜씨와 함께 우주 둔감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이날 우주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한 명의 보호자에게 집중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우주는 지혜씨를 제외한 다른 청년들이 움직이고 소리를 내는 동안 집중하는 교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더군요. 윤이쌤은 “혼자 키우는 분들이나 2인 가구에서는 여러 상황을 만드는 게 어려운데 셰어하우스라 다양한 훈련이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4명의 청년이 입을 모아 너무도 똑똑하다고 칭찬하는 우주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확인해주세요.

■국내 최초 임보셰어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우주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 1살 추정 진도믹스, 11㎏
- 수컷 (중성화 완료), 대인사회성과 대견사회성 모두 뛰어남
- 실외배변으로 하루 최소 2번 산책 필요
- 예방접종 완료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내주세요
- 인스타그램 '헬로우프린스' 검색
- @helloprince_hp

■우주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36번째 견공입니다 (102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최수진 기자,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orc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