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사였던 ‘쿠바 출신’ 로메로, 난민 역도 선수로

입력 2024-08-02 13:58 수정 2024-08-02 14:01
모라 로메로 인스타그램 캡처

모라 로메로(26)는 어릴 때 굵은 팔뚝과 두꺼운 다리를 가진 친구들이 부러워 역도를 시작했다. 쿠바 역도 유망주로 꼽혔지만 15살 때 아버지가 감옥에서 사망하고 21살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더이상 역도를 계속할 수 없었다. 서커스단에 들어가 트램펄린을 배워 공중 곡예사로 일했다.

파리 올림픽 공식 정보 사이트인 마이 인포는 1일(현지시간) 쿠바에서 태어난 로메로가 난민팀으로 역도 남자 102㎏급에 출전하는 사연을 전했다.

로메로는 “영국에서의 (서커스단) 첫 공연에 나서 1600명의 관중 앞에서 섰을 때 ‘아, 이건 정말 대단할 일이다’라고 느꼈다”며 “공연을 준비하는 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커스단은 그에게 하루에 두 번씩 주 6일 일하게 하면서 주급 200파운드(약 35만원)만 줬다. 돈을 더 벌기 위해 고용주의 집을 청소하기도 했다.

쿠바로 돌아간 로메로는 2021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 로메로는 영국에 망명 신청을 하고 영국 정부가 제공한 런던 북부 호텔에서 지냈다.

어느 날 쿠바에 있는 여동생과 통화하다가 로메로는 어머니에게 ‘꼭 역도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무작정 런던 역도 아카데미를 찾았다.

마이크 카우저 코치는 “정말 역도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매일 오전 8시 30분에 이곳으로 오라”고 말했다. 로메로는 오전 6시에 호텔을 출발해 6시30분 역도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카우저 코치는 “로메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멋진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을 모두 지켰다”고 전했다.

2022년부터 영국 내에서 열리는 역도 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얻은 로메로는 2022년 89㎏급, 2023년 96㎏급에서 영국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2023년 12월에 난민 신분을 인정받은 뒤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국제대회 출전을 위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지난 5월 로메로는 드디어 난민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로메로는 “연락을 받기 일주일 전에 여자친구가 출산해 병원에서 난민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들었다”며 “나와 여자친구가 울었고, 내 사연을 들은 주위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 울었다. 정말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로메로가 출전하는 파리 올림픽 역도 남자 102㎏급 경기는 오는 10일 열린다. 이 경기에는 한국의 장연학(아산시청)도 출전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